아이유부터 하정우까지 SNS인싸템 '토끼모자'의 슬픈 진실

핵인싸템’, ‘신한류템’이라고 불리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토끼 모자가 있다. 물론 평범한 토끼 모자는 아니다. 손잡이를 누르면 토끼 귀가 올라오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그 귀여운 매력에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하정우, 마동석, 김혜수 등을 비롯한 국내 유명 연예인들도 한 번씩은 이 모자를 써봤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중에는 이 모자를 안 써본 멤버를 찾기가 더욱 힘들 정도이다.


에즈라 밀러, 찰리 푸스 등 해외 셀럽들도 내한왔을 때 이 모자를 접하고 매우 만족스러워했으며 덕분에 국외로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초히트 상품’을 만들어낸 제작자가 부러워진다. ‘떼돈을 벌지는 않았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누구나 가능한데 하지만 현실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고 있는 판국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자.

 

너도 나도 앞다투어 토끼 모자를 사고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이 아니어도 그 귀여움에 반해 이 모자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는 히트 상품으로 통한다. 그런데 정작 원 제작자는 1만여개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반해 비슷한 제품을 만든 한 업체는 한 달 동안 무려 13만 개를 팔았다고 한다. 어째서 이런 불합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nanayo2

이 토끼 모자를 처음 만든 제작자는 완구 가게 월리샵 권용태 대표이다. 평상시에도 캐릭터 상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해 9월, 우연히 공기 펌프를 이용한 토끼 모자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중국 공장에 생산을 의뢰하여 의욕적인 판매를 계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반응이 아니었다


deskgram

그의 가게에도 판매되지 않는 제품들이 수백개씩 쌓여 있었으며 남대문 시장 상인들에게는 “아무리 캐릭터 상품이지만 너무 유치해서 누가 사겠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언급했다. 대대적으로 홍보가 된 제품도 아니었기에 권용태 대표도 큰 실망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올해, 갑작스러운 인기를 끌게 된다. 4월에 KBS 로비에서 팝업 행사가 열렸는데 가수 아이유의 컴백 무대로 팬들이 몰리면서 토끼 모자를 단체로 사간 것이다.

 

그리고 SNS를 통해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각종 아이돌의 팬사인회에서 위의 토끼모자가 등장하면서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처음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선물로 챙겨갔다면 지금은 영화 시사회 등에서 자체적으로 팬 서비스를 위해 준비해 가는 소품이 되었다. 권용태 대표도 이때는 이 제품으로 큰돈을 벌어들일 것이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유사제품이 곳곳에서 출시되면서 이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더 많은 유통 통로를 뚫은 회사들이 제품 판매를 쓸어갔고 제작자는 1만여개밖에 판매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탓이다. 권용태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까지 히트할 줄 몰랐기 때문에 특허나 상표 출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로 정품이다, 원조다, 식으로 따지고 싶지 않아요. 내가 만든 걸 사람들이 예쁘게 쓰고 좋아하면 만족해요.”라는 소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히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 논의가 뜨겁다.‘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특허 등록하는 것이 옳다. 일본에서 특허출원이라도 하면 일본에 로열티를 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라는 의견을 내는 네티즌도 있었다. 반면에 ‘특허 내는 비용도 비싸다. 대박 날지 안 날지 모르는데 무작정 돈 들여서 특허 내기 쉽지 않다’, ‘특허를 내도 카피제품은 나오기 마련인데 개인 대항은 어렵다’, ‘특허 출원해서 등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정도 시간이면 유행 다 지난다’는 옹호의 글도 잇달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카피 제품이 원작자의 발목을 잡는 사태가 한국 사회에서 한두 번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용태 대표는 “토끼 모자를 통해 전략을 찾았다. 앞으로는 시즌별로 '핵인싸템'을 기획해 보려고요.”라는 뜻을 밝혔으나 아닌 게 아니라 분명 속은 쓰릴 것이다. 박용태 대표와 같은 피해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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