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흥한 자가 있다면 광고로 망한 자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회사 이미지가 망했으나 광고로 흥한 회사와 광고로 이미지가 망가졌으나 광고로 되살아난 회사의 주요 광고를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회사의 어떤 광고가 회사 이미지를 살렸을까요? 함께 알아보시죠.
항공사 CF보단 여행사 같은 대한항공 광고
이투데이, 컨슈머타임스
2008년 대한항공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를 시작으로 취항지를 배경으로 한 광고를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한항공의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는 특유의 영상미와 핵심적인 카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죠.
대한항공의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의 광고는 광고업계에서도 상당히 주목받는 광고입니다. 또한 관련 학계에서는 그 효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죠. 이는 대한항공의 광고가 '비행'보다 '여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의 CF는 여행 가는 사람들이 자사를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여행 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대한항공
2015년 땅콩 회항으로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CF는 여전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2015년 진행된 러시아 여행자 클럽 CF는 주인공을 마이너스 통장의 치과의사와 평범한 4년, 6년 차 직장인이라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선사했죠. 여유가 없더라도 여행을 떠나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CF에 담았던 것입니다.
Business Korea
2019년에는 5월부터 '대한을 담다'를 주제로 새로운 광고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의 50년 역사를 담은 첫 광고 이후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미국에 입양된 비올리스트 로렌이 한국을 방문하는 이야기부터 대한항공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항공기 미니어처 마니아의 지식 배틀 등 대한항공보다는 사람에 집중한 광고로 호평받았죠.
이런 광고 덕분일까요? 땅콩 회항 직후인 2015년 8월, 리얼미터의 항공사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으나 3년 후 결과가 바뀌었습니다. 2018년 컨슈머인 사이트와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여행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항공사 브랜드 선호도 1위를 대한항공이 다시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죠.
백색가전하면 역시 LG죠. 하지만 그동안 LG의 광고는 광고가 제품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LG는 마케팅을 못한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습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네티즌들이 직접 LG 제품 광고를 하고 다녔을 정도니까요. 지금 와서는 그 또한 LG의 마케팅 수법이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사람들 사이에 생긴 인식은 여전했습니다.
사실 LG 마케팅팀이 광고를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과장광고보다 겸손 광고를 진행했을 뿐이죠. LG 그램 14의 무게가 980g이라고 LG 측에서 광고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측정한 결과 963g에 불과했던 게 한 예입니다. 심지어 당시 광고 문구는 "1인치가 더 커져도 무게는 그대로 980그램"이었죠.
문제가 된 마케팅도 있었죠. '맥북에어'사건과 '월드 워 G2' 대참사가 대표적입니다. LG 제품을 사면 맥북에어를 교환해주는 이벤트였지만, 문제의 맥. 북. 에어가 맥스봉, 도서문화상품권, 나이키 에어로 밝혀졌죠. 월드 워 G2는 풍선에 LG의 스마트폰 G2 교환권을 매달아 날리는 행사였으나 풍선을 날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좀비처럼 달려들어 엉망이 된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마케팅 문제가 지속되면서 LG 마케팅 흑역사는 '모아서 책으로 발간해도 될 정도'였죠. 하지만 사람들 인식은 'LG 마케팅 부서는 이 책도 못 팔 것 같다'였습니다. 인터넷 잡지 'ㅍㅍㅅㅅ'에서는 이를 LG그룹 자체가 마케팅의 비중을 낮게 보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이처럼 마케팅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진 LG에서 드디어 사람들의 호평을 받는 광고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금성 백조 세탁기 출시 50주년 기념 광고였는데요. 배우 최불암이 등장해 다큐 형식으로 백조 세탁소와 백조 세탁기를 찾아가는 영상이었죠. 최불암은 50년 된 세탁기와 함께 세월을 떠올리고 백조에서 트롬으로 바뀐 현재의 세탁기를 보여주죠. "최초에서 최고까지" 그렇게 LG의 광고는 끝이 납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뭔가 마케팅 압박에 시달린 듯(?) 했는데, 이번 광고는 뭔가 제가 평소 엘지 제품을 쓰고 느끼는 이미지가 잘 담긴 광고네요! 너무 좋아요 :)", "LG전자 광고. 늘 제품에 못 미친다고 느꼈는데 이번엔 참 좋네요.", "나어릴 적 울 엄마가 쓰던 세탁기였는데" 등 오랜 추억을 떠올렸다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대한항공은 오너리스크를 광고로 극복했고, LG는 그동안의 오명을 새로운 광고로 벗어던지는데 성공했습니다. 두 광고 모두 사람의 '감성'을 긍정적으로 자극해 성공한 만큼, 앞으로도 좋은 마케팅으로 찾아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