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중동에서 '짝퉁' 북한 73식 기관총이 계속 발견되는 이유

2016년 2월과 3월 사이, 호주와 프랑스 해군은 예멘에서 소말리아로 향하던 작은 목조 선박(다우)들을 단속했습니다. 이 다우(Dhows)들은 대부분 불법 밀수 무기들을 싣고 있었는데, 정말 희귀한 무기 종류 하나가 호주와 프랑스 해군들에 눈에 들어왔죠. 그 무기는 바로 북한의 '73식' (Type 73) 기관총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이 기관총이 실제 북한에서 제조가 된 것이 아닌 짝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사람들이 북한 총을 모방한 짝퉁 총을 만들었을까요? 2016년 11월, 국제 감시단체인 'Conflict Armament Research' (CAR) 연구진은 이 기관총의 출처와 이동 방향 및 과정 등을 파헤쳐 발표했죠. 다음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짝퉁' 북한 73식 기관총이 갑작스럽게 계속 발견되는 이유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아라비아해를 중심으로 북한 73식 기관총은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 예멘, 오만, 소말리아 그리고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973년, 처음 소개된 이후로 무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사용되고 있죠.


▼국제 감시단체 CAR에 따르면 이번 소말리아 인근 해변에서 압수된 73형 기관총들은 모두 이란에서 제조되었고 이란식 시리얼 번호까지 찍혀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2015년 부터 예멘과 이라크 전장에서 이 이란에서 생산된 73식 기관총들이 여러번 발견되었다고 하죠.


▼워낙 독보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73식 기관총은 북한 밖으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무기입니다. 간혹 중국으로 탈북한 전직 군인들이 알려주는 정보 외에는 정말 베일에 가려진 무기죠. 73식 기관총은 AK-4이나 PK기관총에 쓰이는 탄약의 구경은 같지만 길이가 다르고 탄창은 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반 기관총과는 다르게 유탄발사기를 장착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73식 기관총은 구소련제 PK 기관총 (첫번째 사진)과 체코의 Vz.52 경기관총 (두번째사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불만스러운 점들이 있었던지, 북한은 73식 기관총 출시 9년만인 1982년에 '82식' 기관총을 채택합니다. 이 82식 기관총은 탄창을 없애고 탄띠 급탄 방식만 사용하는 전형적인 기관총이죠. 


▼최근 시리아 내전에 참가하는 민간 부대원 한명이 자신의 SNS를 통해 북한의 73식 기관총을 공개한적도 있죠. 그렇다면 이 기관총이 도대체 어떻게 중동과 아프리카 서부지역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것일까요?

▼1970년대 이란은 미국과의 무기거래가 중단되자 가장 무기를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곳들을 물색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 9월에 이라크가 침공하자 이란은 급하게 북한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탱크와 대전차 미사일 그리고 소총을 구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수량이 밝혀지지 않은 73식 기관총도 대량으로 사들여오게 되죠.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날 때 까지 이란은 10여 년간 자국 무기공장에서 바로 이 북한의 73식 기관총 짝퉁 버전을 잔뜩 찍어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창고에 가득 쌓아 놓을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갑작스럽게 재고 정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2015년) 5월, 이라크의 시아족 민간부대들이 73식 기관총을 사용하는 사진들을 SNS에 올렸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하는 민간부대에게 거의 헐값으로 바로 이 짝퉁 73식 기관총을 제공하고 있죠. 현재 이 기관총은 시리아와 예멘 등에 공급된 상태입니다.


▼원래 지금까지 이 73식 기관총은 북한 외에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그것도 1정)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에 일본 영해에서 격침된 북한 특수정에서 건져 올린 아래 사진의 1정이 유일하죠.


▼잦은 결함과 불편함으로 북한도 현재 일부 예비군과 훈련용으로만 사용된다는 베일에 가려진 73식 기관총은 어쩌다가 중동 곳곳에 노출되면서 최근 SNS에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죠.


▼이란 무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에서 북한 73식 기관총을 제조할 때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제 무기 감시단체단들에 따르면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업그레이드 된 73년형 기관총들의 효력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하죠. 마지막으로 이 기관총 유출의 시발점은 이란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서서히 아프리카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Conflict Armament Research' 연구진들은 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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