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잘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이름 속 비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사극을 접할때 이름이나 용어가 생소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존귀한 사람과 친한 사람, 어진 사람의 이름을 숨겼다.(春秋爲尊者諱 爲親者諱 爲賢者諱)”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서양문화와 달리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유교 문화의 특징이었는데요. 오늘은 사극에서 나왔던 생소한 용어 중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왕의 이름'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합니다. 

▼조선 시대 임금들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는데요. 그 중에서 딱 2가지만 기억하면 될거 같습니다. 첫 번째는 '휘'입니다. 어려운 한자말이지만 요약하면 '왕의 이름'을 뜻합니다. 또 하나는 묘호인데요. 묘호란 왕이 사망할시 신주란 곳에 이름을 새기고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세종, 영조, 정조가 묘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까진 쉬우시죠?

(영조와 정조)


▼조선시대 왕의 이름은 대부분 '외'자입니다. 즉 한 글자이란 말인데요. 만원에 계시는 세종대왕의 휘는 이도, 연산군은 이융, 영조는 이금, 사도세자는 이선, 정조는 이산이란 휘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셨던 이름일텐데요. 그렇다면 왜 왕의 이름은 한 글자로만 지었던 것일까요? 지금은 낯선 개념이지만 왕조시대의 임금의 이름은 신선하고 거룩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입으로 말을 해서도, 글로 써서도 안되기 때문에 백성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휘를 지었습니다.

(MBC 드라마 '이산')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실수는 생기기에 왕의 이름에 얽힌 몇가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요. 연산군때에는 유생들이 임금의 이름을 발음했다는 이유로 귀양을 받기도 합니다. 귀양은 단순히 집 떠나 다른 지방으로 가는 수준이 아닌 험지 또는 외지로 떠나 사회에서 격리되는 벌과 마찬가지이니 무서운 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선 후기 영조때는 승지가 상소문을 읽어가던중 영조의 이름 '금'이란 글자가 적혀있자 벌벌 떨면서 읽지 못할만큼 무서워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영화 '간신' 속 연산군)

▼그렇다면 태조, 선조, 고종같은 이름은 무엇일까요? 그런 호칭을 묘호라고 부르는데요. 돌아가신 다음에 적는 신주에 적는 이름을 뜻합니다. 보통 나라를 세운 왕을 태조, 뛰어난 업적을 세운 왕을 태종, 모든 제도와 문물을 완성한 왕은 성종이라고 부릅니다.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지요? 고려를 창업한 왕건도 태조로 불렸으며, 제도를 완성한 고려 황제도 성종으로 부립니다. 모든 왕조에 적용되는 공통적인 부분이니 편하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태조 이성계 어진)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신기한 부분은 끝에 붙는 '조' '종'은 어떻게 결정되는걸까 인데요. 간단하게 정리하게 되면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계체지군칭종' 이라고 하여 선왕의 적자로서 부자간의 왕위를 계승한 임금을 '종'이 붙습니다. 반면 세자출신도 아닌 왕위계승권 밖에 있는 자가 들어와서 왕이 되면 '입승왈조'라고 하여 '조'가 붙습니다. 예를들면 정종(태조 둘째아들), 태종(태조 다섯째 아들), 세종(태종 세째 아들), 문종(세종 첫째 아들) 등은 선왕의 적자로서 부자간 왕위를 계승하므로 '종'을 붙입니다. 

(KBS 드라마 '용의 눈물' 속 태종 이방원)


▼'조'를 붙인 최초의 조선임금 세조는 적통 왕위계승권자가 아니지만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여 왕이 되었기때문에 '조'가 붙게 됩니다. 하지만 이 규칙성도 선조에 이르러서 변질되게 되는데요. 선조의 경우는 선종이 되어야했지만, 아들인 광해군이 아버지의 임진왜란의 공을 높이 길이기 위하여 '종'을 '조'로 바꾸게 됩니다. 이후 조선후기에는 '조'는 업적이 많은 왕, '종'은 덕이 많은 왕을 칭하는 의미로 불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영조, 정조, 순조의 경우도 영종, 정종, 순종이 되어야했지만 유행에 따라 묘호가 바뀌게 된 케이스입니다.

(영화 '관상' 속 수양대군, 훗날의 세조)


▼마지막으로 조선의 특별한 이름을 가진 두 임금이 있는데요. 사극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등장하여 낯설지 않으실겁니다. 바로 연산군(제 10대 왕), 광해군(제 15대 왕)인데요. 이 두 왕의 공통점은 바로 쫓겨난 왕이란 점입니다. 쫓겨난 왕의 경우는 '군'이란 호칭을 붙이게 되며,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실록'이란 이름으로 오르지 못하고 연산군일기, 광해군일기로 불리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영화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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