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착지의 숨겨진 비밀

이제는 웬만한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착지 장면. 슈퍼히어로 특유의 착지라고 해서 슈퍼히어로 랜딩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세면이 지면에 닿는다고 해서 3점 착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뭐라고 불리건 간에 오늘은 이 멋진 착지 자세가 언제부터 또 어떻게 영화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집요하게 파헤쳐 봅니다.

▼현대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시초는 1978년 슈퍼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CG가 아닌 와이어로 직접 배우를 올리고 내려야 했기 때문에 슈퍼맨이 날아오르고 내리는 장면은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표현되었습니다.


▼당연히 당시에는 슈퍼히어로 랜딩이라 불릴만큼 멋진 착지 장면은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슈퍼히어로 랜딩과 가장 비슷한 자세가 직접적으로 등장한 영화의 시초는 조금은 의외로 1984년 터미네이터 1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착지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슈퍼히어로 랜딩으로 알려진 특유의 자세가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직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건 1999년 SF영화의 신기원 매트릭스였습니다. 영화의 초반 트리니티를 뒤쫓는 에이전트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을 보여주죠.

▼일본 애니메이션의 열혈 팬이었다는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공각기동대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착지 자세도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하는 이 장면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랜딩 장면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2003년 개봉한 매트릭스 2편에서는 슈퍼히어로 랜딩의 원조답게 좀 더 화려한 트리니티의 랜딩이, 프리퀄 격으로 함께 만들어진 애니매트릭스의 착지 장면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우아한 슈퍼히어로 랜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때부터 여러 영화들에서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다양하고 독특한 착지 장면들이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슈퍼히어로 랜딩을 세상에 각인시킨 영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이 장면이죠.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포문을 열면서 슈퍼히어로 랜딩의 모범을 선보인 아이언맨은 이후에도 계속되는 시리즈에서 인상적인 착지 장면을 빼놓지않고 선보입니다.


▼아이언맨이 나온김에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의 착지 장면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의외로 인상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을 선보이는 캐릭터는 토르입니다. 토르는 주먹대신 망치를 내리치면서 떨어지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죠. 유연성이 강조된 캡틴은 임팩트 있는 착지보다는 덤블링을 위주로 하지만 이렇게 방패로 멋지게 착지할 때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어벤져스 멤버들은 한번쯤 멋지고 쿨한 착지 장면을 선보입니다. 이렇게 슈퍼히어로 랜딩이 너무 일반화되면서 이를 좀더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조금은 희화화하는 영화들도 생겨났습니다.


▼2010년 개봉한 스콧필그림 대 더월드에서는 트리니티의 착지를 연상시키는 조금 과한 착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 2011년 잭 스나이더의 문제작 서커 펀치에서는 주인공들의 모든 착지가 아주 과장된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을 선보입니다.


▼작년 개봉했던 데드풀에서는 슈퍼히어로 랜딩을 직접적으로 디스하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슈퍼히어로 랜딩이 진짜 무릎에 무리가 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슈퍼히어로 랜딩의 기본은 두발과 한손 이렇게 세점이 지면에 닿는 착지입니다. 두 발뿐만 아니라 한 손까지 더해지면서 높이에서 떨어지는 충격을 완화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아이언맨의 모범 랜딩에서는 무릎이 땅에 닿지 않습니다. 아이언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착지를 자세히 보시면 손과 발이 먼저 지면에 닿고 무릎은 거의 닿지 않거나 제일 나중에 살짝 닿기 때문에 사실 슈퍼히어로 랜딩은 무릎보다는 오히려 팔관절에 더 무리가 가는 착지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슈퍼히어로 랜딩이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 건 이 자세가 주는 임팩트와 파워풀한 느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려오는 착지도 쿨 하긴 하지만 왠지 너무 사뿐한 느낌 때문에 남성 캐릭터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반대로 두 손 모두를 땅에 짚어버리면 너무 동물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서 꼭 언급해야할 독특한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한명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 바로 슈퍼맨입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이 강철의 사나이는 정말 독특하게 항상 두발로만 착지합니다. 1978년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7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단 한 번도 무릎을 땅에 대거나 손을 짚지 않았었습니다. 특이하게 날아오를때는 손을 땅에 짚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차라리 넘어졌으면 넘어졌지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절대 손으로 땅을 짚지 않는 불굴의 자존심을 보여줍니다.


▼슈퍼히어로 랜딩은 이제 슈퍼히어로 장르뿐 만 아니라 캐릭터의 인상적인 등장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식상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 장면이 빠지면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독특하고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낸 멋진 슈퍼히어로 랜딩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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