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까지 나섰다'..박항서가 베트남 선수들을 바꿔버린 비결

'베트남 재벌까지 나섰다...' 

박항서가 베트남 선수들을 바꿔버린 비결

베트남이 해냈습니다. 10년 만에 스즈키 컵 우승을 거머쥐었죠. 남의 나라 우승에 우리가 왜 이렇게 들뜨냐고 묻는 분, 없으시리라 믿지만 그래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그건 바로 우리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대표 팀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조선일보

지금 베트남 현지 분위기는 우리의 2002년을 방불케 합니다. 공교롭게 유니폼 색도 빨강이라, 더더욱 16년 전 그날들이 떠오르는데요. 베트남의 히딩크이자 국민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은 축구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베트남을 어떻게 우승까지 이끈 것일까요? 


박항서가 베트남으로 떠난 사연


일단 여기부터 시작합시다. 애초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 사연 말이에요. 평생을 축구에만 바치며 살아온 박항서 감독은 상주 상무 감독을 마지막으로 1년간 공백기를 갖게 됩니다. 그에게도 퇴직할 나이가 다가온 것이죠. 본인의 앞길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박 감독에게 그의 아내는 동남아시아 진출을 권유하는데요. 박감독의 아내는 동남아 쪽 에이전트 섭외까지 앞장서서 해냈다고 합니다. 


출처: SBS

에이전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박항서 감독은 거두절미하고 '나 지금 놀고 있다. 일을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는데요. 얼마 후 다시 연락을 해온 에이전트는 무려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큰 자리를 제안합니다. 박항서 감독은 그런 중요한 자리를 제의받은 것에 대해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수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특별한 성과 없이 거쳐온 자리임을 알았기에 부담도 컸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는 '우리의 부지런함만이라도 베트남에 보여주자'라는 결심으로 베트남행을 강행했답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출처: JTBC

박항서 감독이 보기에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자존심은 강한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와 중동에 밀려 동남아시아 축구는 세계무대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리그인 스즈키 컵에서도 2008년 이후 계속 태국에게 밀려왔기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패배의식이 팽배했던 것이죠.


박 감독은 특히 베트남 팀이 경기 후반에 들어가면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체력을 강화해 후반까지 잘 버틸 수 있게 되면 자신감도 회복하리라 믿고 집중적인 체력 강화 훈련에 돌입합니다.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식단 또한 준비하죠.  '왜소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것입니다.


한국식 팀워크 탑재


출처: 스포츠 서울 / JTBC

베트남 선수들에게 없었던 또 한 가지는 바로 '단체정신' 이었습니다. 본인이 선발 명단에 들어가지 않으면  팀원들의 경기를 집중해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데요. 박항서 감독은 부임 이후 식사를 같이 한다거나,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사생활에 작은 제한들을 두면서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심어줬다고 합니다. 나보다 단체를 우선하는 방식은 한국 젊은이들사이에서 점점 없어져야 할 문화로 여겨지고 있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죠.


4백에서 3백으로


출처: JTBC

체력과 팀 정신을 강화했다면, 이제는 전술을 가다듬을 차례겠죠. 베트남 팀은 계속해서 4백 전술을 고집해 왔는데요. 박항서 감독은 3백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4백은 지역방어, 3백은 맨투맨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4백은 체력 소모가 적은 대신 선수들의 조직력이 필요하고, 3백은 수비진의 조직력을 가다듬는 데 드는 시간은 적지만 그 대신 체력 소모가 훨씬 큽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4백 전술은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 비길 수는 있지만 이기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죠. 


출처: 한국일보

이에 3백으로 수비진을 다듬으면서, 박 감독이 한 또 다른 특별한 선택이 있습니다. 바로 최후방에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들을 배치한 것인데요. 이들은 통제력이 좋아 공을 빼앗기지 않고, 공을 잡으면 짧게 전방으로 이어주며 상황을 전개할 수 있으며 상대의 뒷공간이 비어 있으면 공을 끊었을 때 전방으로 단번에 롱볼을 날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가장 큰 비결은 바로 따듯한 마음


출처: 뉴데일리

전술도 팀워크도 모두 훌륭했지만, 자존심 강한 베트남 선수들의 마음을 연 것은 바로 박항서 감독의 진실된 태도였습니다. 박 감독은 고된 훈련에 지친 선수들의 발을 직접 마사지해 주는가 하면, 비행기로 이동할 때 부상당한 선수를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석을 양보하는 등 훈훈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잘했을 때나 못했을 때나 따듯한 말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지난 1월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뒀을 때 '우리는 단합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너희는 충분히 기뻐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선수들을 하나하나 안아주었죠.

 

출처: 위키트리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선수들을 위하는 태도 때문인지, 선수들도 박 감독을 짜타이(아빠)라고 부르며 잘 따릅니다. 이번 스즈키 컵 우승이 확정된 후 한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달려와 그에게 기습키스를 날렸는데요. 당황한 박 감독은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그 선수를 안고 등을 토닥여 줬습니다. 


물론 말로만 베트남 축구 사랑을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번 우승 축하금으로 받은 10만 달러(약 1억 1345만 원)을 모두 기부했는데요. 이 돈은 베트남의 축구 발전을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니 박항서 감독이 '쌀딩크'라고 불리며 베트남 국민영웅이 될 만도 합니다. 베트남의 대표 재벌도 박 감독의 빅 팬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호앙아인 질라이 컴퍼니의 투안 응우옌 둑 회장입니다. 그는 '계약이 끝나면 박 감독이 베트남에 계속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연봉을 위해서라면 베트남 축구 연맹에 얼마든지 금전적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네요.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가든,  박항서 감독에게는 국가 대표 코치 이후  인생 제2의 전성기가 펼쳐 리리라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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