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송'만든 회사가 돈도 못벌고, 몰락의 길 걷게 된 사연

여러분들은 어릴 때 엽기송 많이 들어보셨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엽기송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우유송'이나 '숫자송'이라고 하면 아실 것 같은데요. 한때 엽기송은 쥬니어 네이버, 야후 꾸러기 등의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남녀노소 상관없이 유행했었죠. 그렇다면 이런 엽기송을 최초로 만든 회사는 큰돈을 벌지 않았을까요? 애석하게도 그러진 못했습니다. 오늘은 한때 엽기송의 원조로 대박이 날뻔한 회사를 소개해드릴 텐데요. 엽기송의 원조였는데 왜 큰돈을 벌진 못한 것일까요?


한국 최초의 상업용 캐릭터

출처 : 인스타그램

주식회사 바른손은 1985년 박영춘 사장이 '바른손 카드'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팬시상품을 판매했는데요. 1985년에 국내 최초의 상업용 캐릭터인 '부부보이'로 팬시 및 문구 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먼 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이원복이 극찬한 '금다래 신머루'와 '태비치로', '리틀 토미', '마스크 맨' 등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 90년 초중반까지 엄청난 인기를 차지했죠. 지금은 생소한 바른손 제품은 당시 모닝글로리나 아트박스와 더불어 개별 판매점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캐릭터를 등에 업고 엄청난 인기를 얻은 바른손 제품들의 품질은 형편없었는데요. 1990년대 초반 바른손 캐릭터 티셔츠 1장이 2만 원 이상에 판매됐고, 볼펜이나 샤프 제품들 또한 품질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었죠. 이러한 이유로 바른손 제품들은 차츰 경쟁사에 밀려납니다.

엽기송의 시작

그러던 2003년 4월, 당시 바른손 닷컴에서 일하던 작곡가 조재윤이 엽기송의 시초인 '콩떼기 송'을 만들고, 6월에는 그 유명한 '당근 송'을 만드는데요. '바른손 카드'에서 이메일에 첨부하는 카드 형식으로 제작한 이 노래들은 대박을 터뜨리며 삽시간에 인터넷의 모든 커뮤니티를 장악해버리죠. 당근송을 시작으로 인터넷에는 '~송'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비타민송', '피망송', '야채송'등의 음악이 나오고 나중에는 낙농업 중앙회에서 만든 '우유송'이 대히트를 치면서  '송'시리즈 열풍에 기름을 부어버리는데요. 엽기송은 국립국어원에서 '엽기송'이라는 단어를 따로 포함시켰을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출처 : 플래시온

이렇다 보니 "엽기송의 시초였던 '콩떼기 송'과 '당근송'을 만든 바른손은 엄청난 돈을 벌었겠네요?"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요. 바른손은 조재윤이 이직을 하고 나서 제대로 된 후속곡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이를 통해서 사업을 벌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진 못했죠. 2006년, 엽기송의 시초가 된 곡들을 만든 바른손 닷컴은 '플래시 온'이라는 이름으로 자회사에서 독립해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의 주문을 받고 엽기송을 만들어주거나 인터넷 카드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하네요.


마이너스의 손

그렇다면 본사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엽기송을 만든 바른손 닷컴이 독립하고 나간 후 바른손은 영화산업을 시작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마더', '방자전' 등의 영화를 제작했죠. 언뜻 보면 영화는 잘 만드는 것 같지만 박진영 주연의 '5백만불의 사나이'같은 괴작도 제작했습니다. 이후 2009년에는 시오 필름과 합병하고, 2015년에는 바른손 E&A로 합쳐지게 됩니다.


영화사업 외에도 외식업과 게임에도 뛰어들었는데요. 2006년 게임 개발  업체인 인터렉티브와 거피 게임즈를 인수하면서 '바른손 게임즈'를 만들어 게임 제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라그하임', '아이언 마스터' 등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내면서 결국 '그라비티'에 바른손 게임즈를 팔아치웁니다.


2009년에는 스테이크 전문점인 '베니건스'를 인수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2010년 전후로 몰락하며 2016년 2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베니건스'도 사라졌죠. 바른손은 'MISS GRILL', '바른 식감', '몬테리아'등 자체브랜드를 론칭하며 어떻게든 요식업을 살려보려 했으나 전부 망하면서 현재는 회생 신청을 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안 좋다고 합니다.

출처 : 게임동아

바른손은 잘 나가는 캐릭터 상품과 국민 엽기송 '당근송'을 만들며 잘 나가는 기업이 될 것처럼 보였는데요. 캐릭터 상품과 엽기송이라는 뛰어난 무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경쟁 기업에게 시장을 뺏기고 다른 사업도 망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다만 최근에 바른손 E&A에서 투자한 'HIT'라는 게임이 대박을 치면서 상장폐지는 면할 수 있었죠. 현재 바른손은 게임, VR, 영화, 카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과연 바른손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바른손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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