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 '양심'입니다" 돈 생기면 천천히 갚으라는 역대급 은행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은행 대출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신용을 보고 대출해주는 신용대출과 은행에서 인정하는 담보물을 이용한 담보대출이 그것이지요. 그러니 돈을 빌리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신용이나 담보물이 필요한데요. 만약 담보도, 신용도 없다면 제3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하지만 제 3금융권은 담보와 신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신 엄청나게 금리가 높죠. 때문에 제3금융권을 이용하다 인생을 망친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방글라데시에는 신용도, 담보도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있다고 하는데요. 2006년에는 노벨상까지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죠. 이 은행은 어떻게 노벨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가난한 나라의 경제학자


오늘 소개해드릴 은행은 노벨상을 받은 걸로 그라민 은행입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만든 은행이죠. 유누스는 1940년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부잣집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경제학자를 꿈꿨던 그는, 1957년에 다카 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하고, 1961년에는 치타공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는데요. 마침내 1974년에는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가 되며 꿈을 이룹니다.


출처 : 경향비즈

그런 그는 어느 날 가난에 허덕이며 대나무를 이용해 의자나 발판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손으로 만든 의자를 5타카 50페이사에 판매하고 있었죠. 한화로 100원도 안되는 가격이지만, 어느 정도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긴커녕 끼니조차 때우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었는데요. 


출처 : VOA

당시 방글라데시 전역에는 말도 안 되는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열심히 대나무 의자를 팔아 번 돈 중 5타카는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고 나머지 50페이사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죠.  여기에 하루에 10%씩 이자가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절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만이 대출받는 은행


출처 : WordPress

유누스는 이들의 가난이 고리대금 때문에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수 없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래서 그는 무담보, 무신용 소액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디트' 방식을 고안합니다. 빈민들에게 소규모 사업 자금을 줌으로써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나아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죠. 


유누스는 학생들을 시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에게 '마이크로크레디트' 방식으로 돈을 빌려주었는데요.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런 행동을 '바보 같은 행동'이라며 비난했습니다. 어떻게 신용도 없는 사람들에게 담보도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냐고 말이죠.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일어납니다. 그에게 돈을 빌려 간 사람들이 평소의 600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서서히 가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인데요. 그들은 고리대금 때문에 살 수 없었던 송아지나 재봉틀, 수레 등을 구입하며 삶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유누스는 적은 돈으로도 그들의 삶의 질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마음먹습니다.


출처 : The Independent

이처럼 '마이크로크레디트' 방식을 활용한 그라민 은행은 600만 명의 빈민을 구제하고, 98%의 놀라운 원금 회수율을 보이는 등 대기록을 세우며 거대 은행으로 성장합니다. 마침내 2006년, 그라민 은행과 유누스는 경제분야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으며 경제학 분야에 한 획을 긋습니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라민 은행의 훈훈한 결말입니다. 빈민들을 위해 은행을 세우고 노벨상까지 받은 유누스의 이야기는 흠잡을 곳이 없죠. 그런데 여러분은 그라민 은행이 노벨상을 받고 난 후의 이야기를 알고 계시나요? 빈민층이 600만 명이나 구제됐지만 왜 아직도 방글라데시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요?

가난을 팝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이러한 질문에 방글라데시 출신의 인류학자인 라미아 카림은 그라민 은행이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어떻게 '98%의 놀라운 원금 회수율'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했는데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라민 은행의 대출 담당자들은 회수율을 유지하라는 상부의 압박을 받아 사람들에게 무조건 회수 받아야 했는데요.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들의 친족 관계를 악용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수치심을 자극해 연대책임으로 빚을 갚게 만들었죠. 또한 남성들이 가난한 여성이면 그라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가족을 이용해 가난을 판매하는 것이었죠.


방글라데시 외부에서 유누스는 '착한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불리고 있고, 내부에서는 '사채업자 유누스'로 불리고 있습니다. 유누스의 '마이크로크레디트'방식은 획기적인 빈민 구제 방안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실패하고 말았죠. 현재 그는 그라민 은행의 총 제에서 물러난 상태로, 그라민 은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데요. 하루빨리 정상화돼서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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