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마련한 10억 아파트, 신부측에서 공동명의 요구하면?

남편 측이 마련한 10억 아파트를 

공동 명의로 해야 하는 이유

최근 결혼과 관련된 문화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예 결혼하지 않고 독신의 삶을 선택하는 비혼 인구도 늘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식은 소박하게 치르고 혼수와 예단도 실용성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와 예단'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지켜졌는데요. 이런 문화도 슬슬 변하는 중입니다.


현실적으로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혼자서 집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요즘은 결혼 전 한쪽이 이미 독립해서 살고 있던 집으로 들어가거나, 남녀 똑같이 50%씩 신혼집 마련 비용을 부담하는 커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톱스타뉴스, 우아한웨딩

하지만 이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상류층의 결혼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요. 신랑 측에서 좋은 위치의 넓은 집을 마련하면, 신부 측에서 그에 걸맞은 고급 혼수와 호화 예단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실용적이 되어야 할 이유가 많지 않아서인지, 남녀 간 결혼비용 부담의 관습을 여전히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의 갈등


Y 쥬얼리 웨딩이야기

남성이 집을 마련하고 여성이 혼수와 예단을 준비하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혼수와 예단 비용보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남성이 손해라는 주장, 시댁에서 요구하는 예단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는 주장, 명목상으로만 남성이 집을 해올 뿐 대출이 대부분이라 결혼 후 함께 갚는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죠. 


lawtalk

단순히 인터넷상의 논쟁으로만 끝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결혼 비용  문제 때문에 끝끝내 파혼을 맞이하는 커플들도 적지 않은데요. "딸을 키워준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아무것도 보내지 말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예단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갈등이 생기는 경우, 결혼에 성공하더라도 준비 과정에서 기분이 상한 양가 부모님에게 미운 털이 박혀 고생하는 며느리, 사위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부유층의 예단 수준


평범한 가정에서도 이런 문제로 갈등이 많은데, 체면을 중시하는 부유층은 말할 것도 없겠죠. 남자 측에서 마련하는 신혼집이 화려할수록, 여자가 준비해야 하는 혼수와 예단도 급이 올라갑니다. 넓은 평수의 고급 아파트를 채울 만큼의 비싼 가전과 가구, 시부모님이 일가친척에게 콧대를 세울 수 있을 정도의 고가 예단을 준비해 가야 하죠. 


BMW ,Time Magazine

상류층 예단 품목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으로는 외제차, 고가의 그림,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전제품, 브랜드뿐 아니라 소재까지 특별한 명품 백 등이 있습니다. 이런 선물을 시부모님에게만 하는 사례는 드물고, 대부분의 경우 5~6명의 친척들 몫까지 준비해야 한다네요. 


신혼집 명의 문제


결연시 인천 웨딩 박람회, 경향신문

비싼 '물건'만 받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시댁도 많습니다. 며느리에게 일정 금액의 현금 예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보통 신랑 측에서 신혼집에 투자한 금액의 10%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남자 집에서 10억 짜리 집을 샀다면 여자는 1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낸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현금과 시댁 일가친척 전부를 위한 고가의 현물 예단을 보내고 혼수까지 최고급으로 채워 넣으면, 언뜻 보기엔 서로 엇비슷하게 결혼비용을 부담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죠. 예단이나 혼수의 내용에 따라 다 합쳐도 신혼집 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MBN 방송

그런데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화 평론가 김태훈 씨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구입 당시의 금액으로 비교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죠.


우선, 시댁에서 마련해주는 신혼집은 당연히 아들 명의가 됩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동안은 아내도 좋은 집에서 사는 혜택을 누리지만, 혹시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 집은 고스란히 남편이 갖는 것이죠. 반면 시댁에 건넨 돈과 물건은 다시 찾아올 길이 없습니다. 좋은 위치의 좋은 집은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데 반해 혼수로 마련한 물건들은 사용하는 순간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김태훈 평론가는 '신혼집과 혼수·예단 비용을 1:1로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인데요. 물론 이건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신혼의 달콤한 꿈에 젖어 부부 사이가 좋을 때는 누가 집에 얼마를 썼건, 혼수와 예단에 얼마가 들었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무덤덤해지고, 이런저런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할 즈음에는 집이 누구 명의인지,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더 우세한지가 알게 모르게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 결혼한 커플들의 중론입니다.   


예단의 본래 의미


반가의한복, 금강일보

신혼집과 예단 문제가 처음부터 이렇게 각박했던 것은 아닙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시댁으로 들어가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는 따로 집을 구할 필요가 없었죠. 예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단의 본래 뜻은 '예로 드리는 비단'이라고 하는데요. 조선시대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비단을 보내면 신부와 그 어머니가 그 비단으로 시부모의 옷을 지어 돌려보내고, 이번에는 시댁에서 그 수공비에 해당하는 금액을 신부 집으로 보내는 절차였습니다.


해산 김영록의 가족역사

이렇게 정성을 강조한 문화였던 예단이 지금의 형태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은 급격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던 60~70년대라고 합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허례허식,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했기 때문인데요. 대부분의 부부가 부모로부터 분가해 살림을 차리는 문화가 정착된 이후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남자 측에서는 집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니, 혼수와 예단이라도 거하게 받아야 억울하지 않았던 것이죠. 


듀오웨드

웨딩 컨설팅 회사인 '듀오웨드'는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비용 실태를 조사해 매년 발표합니다. 지난해 2월에 발표된 '2018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3085만 원, 이 중 신혼주택 자금이 차지하는 금액은 1억 6791만 원이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 주택을 마련할 때 신부가 부담하는 비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전통이나 관습, 상류층의 결혼 문화가 어떻든지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과도기에 봉착한 한국의 결혼문화가 다음 세대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신혼집과 예단으로 인한 갈등은 과연 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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