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물건 사고 결제하려는데..." 전직 아이돌의 고백

대한민국 가수 연습생이 

아이돌로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연예인'은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리스트에서 좀처럼 빠지지 않는 인기 직종입니다. 대한민국 초·중·고생 중 70%는 '연예인을 장래희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죠. 성공만 한다면 인기와 명예를 얻는 것은 물론, 또래들은 평생 꿈꿔보기 힘든 부를 이룰 수도 있으니 연예인을 희망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하는 아이돌은 곧바로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현 상황에 견주어 볼 때, 한국에서 아이돌로 성공한다는 것은 월드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월드 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아이돌이 될 확률은 몇 %나 될까요? 해외 패션쇼에 초대받거나, 집 안에 고가의 미술품을 걸어 놓는 K팝 스타들의 일상을 보고 그들처럼 되기를 바라는 건, 과연 현실성 있는 소망일까요? 


패션서울, 인스티즈


한 연습생의 눈물


Mnet에서 방영 중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라는 직업이나 나이 등 신상 정보를 숨긴 싱어들 중 음치를 색출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월 22일 방송분에서는 그룹 세븐틴이 출연해 4 번 여성 트리오를 음치로 지목했죠. 하지만 세븐틴의 선택은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아이오아이의 '소나기'를 열창하는 그들은 목소리부터 음정, 성량까지 프로 가수 못지않았기 때문이죠. 


너의 목소리가 보여

4번 참가자 세 명 중 이다원 씨는 사실 아이돌 연습생입니다. 그는 "연습생 신분으로 계속 연습만 하다 보니 (무대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면서, "오늘 무대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울컥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달했는데요. 객석에서 이다원 씨를  응원하고 있던 어머니도 못내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긴 연습 기간을 거쳐 데뷔한 세븐틴 멤버들도 "감정 이입된다"며 이다원 씨의 사연에 깊은 공감을 표했죠. 


연습생 100만 시대


이다원 씨처럼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데뷔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연습생은 얼마나 될까요? 각종 미디어는 가수를 지망하는 연습생들이 100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 통계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 기획업체에 소속된 연습생은 2016년 기준 총 1440명뿐인 것으로 집계되었죠. '서류로 증명된 기획사의 정식 연습생'은 전체 추산 연습생의 0.1%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3대 기획사'로 알려진 SM, JYP, YG 등의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갈 확률은 더욱 희박하겠죠. 


아이돌로지

그렇다면 이 1440명의 연습생들 중 실제로 데뷔하는 비율은 어떨까요?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가 발행한 '아이돌 연감 2015'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년간 데뷔한 신인 아이돌은 60개 팀(324 명)입니다. 

   

아이돌학교

각각 2015년과 2016년의 통계이긴 하지만, 1년 사이에 아이돌 시장의 큰 변화가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 '한 해에 정식 기획사에 문서상 소속된 연습생 4명 중 1명만이 데뷔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미디어 추산 100만 명의 지망생들까지 범위를 넓히면 약 3,086 명 중 1명만이 데뷔하는 것이죠. 


데뷔 후 성공까지


데뷔만 한다고 모두 K팝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폭발적인 인기는 둘째치고 대중적인 인지도라도 확보하는 아이돌 그룹이 한 해에 많아야 10개 남짓이기 때문이죠. 2016년 한 SNS 이용자가 작성한 '걸그룹 데뷔 이후 뜬 그룹 정리'라는 표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2007 년부터 10년간 220 개의 걸그룹이 데뷔했는데, 음악·예능 활동 등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확보하고 인기를 누린 그룹은 22 개뿐이었죠. 인기는 크게 없었지만 이름은 어느 정도 알려진 걸그룹까지 셈에 포함해도 총 33 개에 그칩니다. 

 

인스티즈, 팬팝, 플레이웨어즈

인기를 누린 걸그룹 22개 중 절반 정도가 초반 3년 안에 나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원더걸스, 카라, 소녀시대에서 출발해 씨스타, miss A, 걸스데이에 다다른 이후로는 걸그룹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 되어, 방송 스케줄을 따내거나 이름을 알리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죠. 


불법에 노출된 연습생들


중앙일보

끝이 보이지 않는 데뷔 유예 상태에 놓인 연습생들은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요? 일단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놓이기가 쉽습니다. 따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한 수입이 없는 상태지만, 학업과 연습을 병행하면서 따로 시간을 내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특히 지방에서 서울을 오가야 하는 연습생이나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연습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하다고 하네요. 


수상한가수

폭언이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 씨는 한 방송에서 "얼차려를 받던 중 하나둘 쓰러지자 매니저가 발로 차기도 했고, 밤새 노래연습을 시켰다"며 연습생 시절 겪었던 폭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요. 시킨 걸 못해내면 부모님까지 들먹이며 폭언을 쏟아붓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PD 수첩

데뷔는 시켜주지 않고 '스폰서 브로커'가 되길 자처하는 기획사들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걸그룹보다 연습생을 향한 스폰서 제안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외모는 연예인 급인데 지불해야 할 비용은 낮고, 인지도가 없다 보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확률도 적다는 게 연습생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소속 연습생을 술자리에 불러내고, 거절하면 폭언을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많다네요. 


아이돌, 그 후


iMBC

바늘구멍을 뚫고 좋은 기획사에 들어가 데뷔와 인지도 확보까지 무난히 성공한다면 그 후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아이돌의 평균 수명은 5년 정도로, 멤버들의 나이 30대 중반을 넘어서까지 완전체로 활동을 이어가는 아이돌 그룹은 흔치 않습니다. 그 뒤로는 각자의 살 길을 개척해야 하는데요. 


공조, Mnet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력을 가진 멤버는 배우 쪽으로, 음악적 소양이 남다른 멤버는 프로듀서나 작곡가, 솔로 가수로 방향을 틀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아야 2~3 명을 제외한 멤버들은 나침반도 없이 망망대해에 표류한 조각배 같은 상황에 처합니다. 남들이 학업에 집중하던 기간을 연습으로 보낸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예 다른 분야로 넘어가기도 여의치 않죠. 


SBS스페셜

지난해 'SBS 스페셜'에 출연한 엠블랙 멤버 천둥 씨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 계좌이체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며 "17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9살에 데뷔했기 때문에 해본 적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평범한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들을 아이돌 연습생은 놓치기 쉬운 겁니다. 


디스패치

"아이돌의 연습생 기간이 보통 얼마나 되냐"고 묻는다면, 딱 떨어지는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타이밍이 좋아 이미 데뷔가 확정된 그룹에 멤버로 들어간다면 연습생활 1년이 채 안 되어서 데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7~8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연습생으로 머물러 있는 경우도 없지는 않죠. 기본은 실력과 매력이겠지만, 운 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혹자는 '아이돌로 데뷔해 성공하는 확률은 로또보다 낮다'고 평하기도 하는데요.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화려하고 즐거운 모습만 보고 인생을 걸기엔 위험부담이 큰 직종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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