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천만원 줘도 사람없어서 구인난 겪고 있는 의외의 직업

연봉 7천만 원에도 

구인난 겪고 있는 의외의 직업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채용공고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이력서에 희망연봉을 기입하라'고 요구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이 희망연봉은 구직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기 쉬운데요.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연봉이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금액의 마지노선은 분명 있는데, 그 정도 금액을 이 회사에서 받아들여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지원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에 나열된 나의 스펙과 경력, 그리고 희망연봉을 번갈아 쳐다보며 비웃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엔코아, 인스티즈

이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도록 애초에 정확한 연봉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도 물론 많습니다. 이 경우 연봉을 높게 책정한 회사의 공고에 지원자가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죠. 그런데 미국의 한 직장은 연봉이 한화 7천만 원에 달하는데도 인력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다는데요. 범죄 관련 영화나 미드에 단골로 등장하는 FBI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미연방 수사국


Politico

FBI는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연방 수사국)'의 약자입니다. 말 그대로 미연방법 위반행위를 수사하는 집단인데요. 공안정보를 수집하거나 연방법·대통령 명령에 의거하는 특별 임무도 수행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가장 큰 수사·조사 기관입니다. 소속은 미 법무부로,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죠. 


The Intercept

그렇다면 FBI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우선 'FBI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는 특별 수사관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FBI 요원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죠. 이들의 대부분은 FBI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들로, 법률 또는 회계 방면의 학력이 요구된다고 하는데요. 6~7천 명의 특별 수사관 외에 기술관, 일반 사무관 인원까지 합치면 총 2만 명 정도의 직원들이 FBI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6로 줄어든 지원자


동아일보

연봉도 높고 폼도 나는 직업이라 경쟁률이 높을 것 같은데, 최근 FBI는 뜻밖에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8년도 FBI 요원 지원자는 1만 1500명으로, 2009년도의 6만 8500명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요. 


Asbury Park Press

FBI는 연간 900 명 정도의 신입 특별 수사관을 선발합니다. 정년이 57세로 다른 직업에 비해 낮아, 은퇴자들의 자리를 새로 채워줄 인력을 매년 대거 채용해야 합니다. 물론 필요한 인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지원자가 최소 1만 6천 명은 되어야 그중에서 각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하니, 지난해 지원자 수는 기준에 비해 부족한 수준입니다. 특히 과학·기술·법의학 등의 전문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거나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원자를 찾는 건 더욱 어렵다고 하네요. 


호황의 부작용


지원자가 9년 새 1/6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FBI는 최근 호황기를 맞이한 미국 경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급감하고 완전고용에 한 발짝씩 다가서게 되자,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후한 연봉과 복지혜택을 제시하기 시작했는데요. CNN 등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 대졸자의 평균 초봉은 5만 달러(한화 약 5천600만 원)였습니다. FBI에서 탐낼만한 고급인력들의 평균 초봉은 당연히 더 높았고,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의 초봉은 6만 7천 달러 (한화 약 7천540만 원)에 달했죠. 


CBS

FBI 특별 수사관들의 초봉은 4만 8천 달러(약 5400만 원)에서 6만 2700달러(약 7천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타 기업들이 제시하는 평균 연봉에 비해 크게 낮지는 않지만, 요구되는 직무 능력이나 일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네요.  


Politico, korn ferry

'정치적 외풍'도 FBI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와 FBI 사이에는 지속적인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FBI 수사에 불만을 내비치던 트럼프는 2017년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고하기에 이릅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의 ICBM 급 미사일 발사에 대한 FBI의 보고보다 러 푸틴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FBI에 대한 불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냈죠. 국가 최고 권력자의 눈밖에 난 조직이라는 이미지도 지원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FBI의 대책은?


지원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손 놓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겠죠. FBI는 핵물리학자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광고를 제작하거나 대학에서 열리는 채용박람회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등, 이전에 비해 확실히 적극적인 인재 채용에 나섭니다.  


까다로운 지원 자격으로 인한 허들도 낮추고 있습니다. 신체·체력 조건이 미달이더라도 일단 원서를 쓰도록 한 뒤 조건을 갖추기 위해 훈련하는 방법을 안내해주거나, 타 직장에서 3년 근무해야 했던 경력 요건을 2년으로 완화하는 등 구직자들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죠. 심지어 온라인 지원서를 작성만 하고 제출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기까지 한답니다. 


FBI 트위터

현재 FBI 전체 직원의 67%는 백인 남성입니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비율도 곧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원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자 FBI가 여성 및 소수 인종 채용을 통한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FBI 공식 트위터에서 '특별한 특별 수사관(#unexpected agent)'해시태그를 달고 조직 내 여성, 소수 인종 수사관들을 집중 조명하는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죠. 


Fast Company

지난 1월, 9년 만에 최고의 실업률을 갱신한 한국의 국민 입장에서는 '호황으로 인한 구인난'을 겪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부러움 섞인 호기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인사전략 수정·적극적인 홍보 등 FBI의 다양한 노력이 지원자 확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인재 모시기를 위한 기업과 국가기관의 노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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