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였냐?" 대한항공 승무원들에게 레전드로 남은 고객의 소리

여러분은 VOC 제도라는 걸 아시나요? VOC란 voice of customer의 줄임말로 '고객의 소리'인데요. 여러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들이 직접 겪은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사 측에 전달할 때 자주 사용되곤 합니다. VOC를 실시하는 곳은 대형 마트, 백화점부터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요. 이를 잘 활용하면 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악용하는 사례도 있죠. 국내 최대 항공사이자 여러 가지 논란으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한항공에서 레전드로 남은 VOC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wikitree, shutterstock

작년 4월 대한항공의 한 탑승객은 기내식으로 치킨 카레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메인 메뉴인 치킨 카레는 받지 못한 채 밥만 받게 되었죠. 그 승객은 승무원이 치킨 카레를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는데요. 결국 트레이 수거가 이뤄질 때까지 그는 기다렸다고 합니다. 회수 시간에 승무원이 왜 식사를 하지 않으셨냐고 묻자 그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냐"라고 반문하는데요. 그제서야 승무원이 치킨 카레가 누락된 것을 알게 됩니다.


아시아경제, shutterstock

승무원은 치킨 카레를 가져다주겠다 제안했지만 해당 승객은 거절합니다. 이미 다른 승객들이 식사를 마쳤고 다 치우는 시간이라 거절했다고 하는데요. 다른 타입의 기내식이라도 제공을 하겠다고 승무원이 제안을 했지만 그 역시 이 승객은 거절합니다. 그는 불쾌했지만 특별히 항의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요.


kbsnews

이렇게 넘어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음의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그에게 항공사의 부팀장이 다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 승객은 이 대화 이후 더 불쾌했다며 VOC를 넣게 되는데요. 부팀장의 논조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를 할 수 있다" 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사소한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이 그것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이냐고 적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서울신문

이 상황과 해당 VOC가 사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게 되었는데요. 대한항공에서 일하는 직원 및 관계자들이 단 댓글로 불이 붙었습니다. 그들은 해당 VOC 덕분에 관련 승무원은 징계를 받게 되었고 조양호 회장이 직접 승무원을 면책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를 원망했습니다. 또 브리핑할 때마다 해당 VOC가 브리핑 룸 화면에 올라오며 서비스 아이템 누락과 관련해 계속 화제가 됐다고 덧붙였는데요. 실수한 승무원과 관계자들 역시 큰 피해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초반엔 승무원의 징계와 작은 실수로 인해 항공사 직원들의 강등과 관련해 동정하는 반응들이 많았는데요. 그들은 대체될 수 있는 기내식은 왜 거절했으며, 카레가 나오지 않았을 때 한번 물어볼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논쟁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고객 입장에서 VOC를 충분히 넣을만한 상황이었으며, 고객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사 측의 문제라는 입장이 등장하게 되었죠. 그들은 심한 징계와 강등은 대항항공 내부의 문제지, 해당 고객이 승무원을 징계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중앙일보, 매일경제

후자의 입장에 동의하는 누리꾼들이 많아지자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의 갑질이 함께 도마 위에 오릅니다. 조양호 회장의 과한 징계와 강등은 갑질에 해당된다는 의견들이 많았죠. 더불어 그의 딸 조현아가 승무원이 견과류 간식을 봉지째로 제공했다며 심하게 질책한 일명 '땅콩 회항 사건'까지 언급됩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언급되는 갑질과 함께 언론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죠. 조양호 회장의 막내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사건', 장남 조원태 사장의 70대 여성 폭행 등 그들의 과거 행적은 어마어마합니다. 얼마 전 조회장의 부인 이명희의 폭언 녹음 파일까지 공개되며 온 국민의 분노를 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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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은 유난히 하대나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외모에 대한 엄한 규정부터 서비스 제공 시 요구되는 과도한 친절함은 현재까지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요. 조금씩 그들에 대한 대우가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승무원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서비스나 안전과 무관한 것들이 많습니다. 11일에 열린 환경 노동위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 승무원 유은정 씨는 참고인으로 참석해 대한항공 승무원 복장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죠. 승무원들의 대우와 채용에 관한 문제는 계속해서 개선되어야 할 문제인 듯합니다.


Ralston Excellence

VOC는 고객들이 이용할 권리가 있는 서비스 제도인데요. 실제로 VOC 제도는 사 측의 서비스 개선이나 프로젝트나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감정이나 원한 등으로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지만, 잘 활용한다면 기업과 고객 양측에 모두 좋은 제도인데요. 실제로 12일 '삼성생명'에서도 VOC 제도를 도입해 고객의 소리를 듣겠다 발표하기도 했어요. 대한항공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VOC를 도입하지 않았을까요?


직원의 사소한 실수가 불러온 VOC, 그리고 이어진 사 측의 중징계 및 강등. 하지만 직원들은 VOC를 보낸 고객을 원망했습니다. 서비스에 만족 못 하고 참지 않은 고객의 잘못일까요, 실수 한 번에 직원을 호되게 혼낸 사 측의 잘못일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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