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우습게 본다는 일본의 경제력 수준

세계에서 한국만 우습게 보는 일본의 경제력

전쟁에서 적이 되어본  많은 이웃 국가들이 그러하듯, 한국과 일본도 오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뼈아픈 식민 지배의 역사 때문인지 어떤 분야에서든 '일본에 지는 것'은 유난히 더 속상하게 느껴지는데요.  특히 스포츠 경기를 할 때면 '전체 중 한국이 몇 위를 했는지'만큼 일본보다 앞섰는지 뒤처졌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죠.  


최근 올림픽 성적이나 피파 랭킹을 비교해보면,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와 일본은 막상막하입니다. 70년대 하계 올림픽에서 일본과 한국의 격차가 15위~30위 가까이 벌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경제력입니다.


끼니 거르기를 일상으로 하던 수준에서 취향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이 '소확행'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기까지, 한국의 경제적 수준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일본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GDP 일본 3위, 한국 12위


출처-네이버 국가 정보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이야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GDP(국내 총생산)입니다. 국가의 영역 내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치로 환산한 것의 총합인 GDP는, 외국인·국내 비거주자의 노동이나 자본을 바탕으로 창출된 수치도 포함하죠. 


2017년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일본의 GDP는 약 4조 8,721억 달러, 한국의 GDP는 약 1조 5,302억 달러입니다. 금액상 일본의 국내총생산이 한국의 3 배 이상인데요. 세계 순위에서도 일본은 3위를 차지하며 12위를 차지한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영역 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크기를 단순 비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본의 인구(약 1억 2,600만 명)가 한국의 인구(약 5,171만 명)의 2.4 배에 달하는 데다 면적 또한 남한에 비해 월등히 넓은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GDP가 한국의 GDP를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국민 1인당 GDP로 기준을 달리하면 일본과 한국의 순위 격차는 각각 23위, 26위로 좁혀집니다.  


호황기 일본 경제수준


출처-영화 블레이드 러너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버블'이 터지기 전 일본의 경제 수준은 대체 어느 정도였을까요?  60~70년대 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일본 경제는 오일쇼크 이후에도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80년대 경제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불안감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잘 드러나 있는데요. 영화 속에 묘사되는 2019년의 LA는 일본어 간판과 일본 음식 등으로 점철되어 있죠.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80년대에 미국의 부동산과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입니다. 소니는 콜롬비아 영화사를, 미쓰비시는 록펠러 센터를 매입하죠. 1988년 주식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 세계 50대 기업 중 33개는 일본 기업이었습니다. 수도 도쿄의 땅값도 빠른 속도로 치솟아, "도쿄 땅을 전부 팔면 미국 땅을 전부 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출처-인스티즈 / 이투데이

일반인들의 생활수준도 크게 여유로워집니다. 벤츠, BMW 등의 고급 외제차가 흔해지다 못해 일부 차종은 '롯폰기 코롤라(도요타의 준중형 차)'라는 별명까지 얻죠.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 족'도 이때 유행합니다. 프리터는 취업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때의 프리터는 아르바이트로도 생활이 가능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취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죠. 


74개월째 경기 확장 중


출처-JTBC 비정상회담

90년대 초반, 버블이 터지면서 일본 경제는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암흑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정부의 다양한 처방에도 실물경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일본은 최근 다시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다양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출처-조선일보

2015년 일본 경제신문사의 앙케트에 응답한 일본 CEO의 74.5%는 일본 경제가 호황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내유보금이 충분하며 신규 설비 구입이나 M&A 등 미래를 위한 투자 계획이 있다고 밝힌 CEO도 전체의 83.5%를 차지했죠. 이런 CEO들의 판단이 단순한 직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가는 대폭 상승하고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객관적인 경제 지표들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높여 준 결과였죠. 


출처-국제뉴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 기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무려 6년 2개월간, 전후 최장 경기 확장세를 기록하게 되었는데요. 늘어난 기업 실적과 구인난으로 인한 전례 없이 낮은 실업률은 버블 경제기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하네요.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240억 달러


미·중 사이의 무역전쟁이 심상치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수지 적자에 대로 하며 중국에 관세 폭탄을 퍼붓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관세를 올리겠다'는 위협은 무역으로 손해를 보는 적자국이 흑자국에 대항하여 펼치는 전략입니다.  


출처-이투데이

최근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관세 폭탄과 비자 발급 정지등 각종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일본은 대한국 수출로 매년 큰 규모의 흑자를 내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 적자액은 240억 달러(한화 약 27조 2,880억 원)에 달합니다. 230여 개국과의 무역거래로 696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한국이 유독 일본에만 적자로 손해를 본 것인데요. 지난 18년간 누적된 대일 무역 적자액은 약 4,520억 달러(한화 약 511조 5993억 원)입니다. 


출처-동아일보

관세를 높이면 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이 불리할 텐데, 이들은 어째서 '관세 폭탄을 때리겠다'는 위협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 답은 한일간 무역 거래 품목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은 광물이나 수산물, 담배나 가구처럼 대체 가능한 것인데 반해, 일본의 대한 수출품은 원자로나 광학기기, 측정 기기, 정밀기기의 핵심부품들로, 대체 국가를 찾기 힘든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관세전쟁이 발생하면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말로라도 '관세 폭탄' 운운할 수 있는 것은 수출입 품목에서 자신들이 불리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깔려있기 때문이겠죠.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가 일본어로 점철되어 있었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에는 묘하게도 한국어가 등장합니다. 다만 1편에 등장한 일본의 이미지처럼 강렬하게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건물 외벽에 쓰인 '행운'이라는 글자가 잠시 프레임에 들어올 뿐이죠. 드니 빌뇌브 감독은 영화 속 한국어 등장에 대해 "한국이나 일본, 동유럽, 인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으로부터 20년이 흐른 뒤 한국은 일본의 경제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세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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