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칼의 기원과 정체

로마제국의 글래디에이터. 중세시대의 기사. 여기에 일본의 사무라이와 조선의 무관까지. 역사와 국가를 달리하는 칼의 기원과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도 딱 재미로 알아둘 정도로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칼의 기원과 역사를 알아봅니다.

 1.  로마제국 단검

▼전 세계 4분의 1일이 로마 황제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서기 1800년.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가 사용하는 검은 ‘글라디우스’라고 불리는 로마시대를 대표하는 검입니다.


▼칼의 전체 길이가 90cm를 넘지 않고 양쪽에 날이 있는 단검으로 근접전에 적합한 한손 검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충분히 장검이 만들어졌던 시대였고 또한 동시대 국가중에서 제련 기술이 발달한 편이였던 로마가 이렇게 장검을 쓰지않고 단검을 사용했던 이유는 전투 방식에 따른 의도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 군단의 핵심을 이루었던 중장 보병은 판상형 갑옷을 입고 몸을 거의 커버하는 대형 방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한 방어력을 바탕으로 공격에 있어서는 빠르고 다루기가 수월한 단검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글라디우스는 길이만 짧았을 뿐 강철 합금과 뛰어난 제련 기술로 칼날의 예리함이나 전체적인 강도가 우수했고 ‘폼멜’이라고 불리는 공모양의 손잡이 끝이 무게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칼의 무게 배분이 좋았기 때문에 전투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2.  중세시대 장검

▼10세기 경 중세시대부터 담금질과 제련 기술이 발달하고 무쇠에 탄소를 첨가한 강철을

만들게 되면서 칼의 두께는 얇아지고 길이는 더욱 길어진 장검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중세 초기에는 일반적인 장검을 의미하는 롱소드가 대세를 이루었다면 14세기 경부터 보다 강화된 갑옷이 등장하게 되면서 더 큰 길이와 두 손 파지를 기본으로 보다 강력한 공격을 지향하는 그레이트 소드 같은 칼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1200년대 윌리엄 월레스를 주인공으로 스코틀랜드의 자유 투쟁을 그린 영화 브레이브하트에서 멜 깁슨이 휘두르는 장검은 이름 그대로 대형검 그레이트 소드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두 손 그립을 위해서 30cm가 넘어가는 긴 손잡이에 검 전체의 길이도 1미터를 훨씬 넘어가죠. 특히 손을 보호하는 십자 모양의 크로스가드 윗부분까지 가죽으로 칼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좀 더 강한 그립으로 적을 찔러야 할 경우에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서 마치 창과 같은 역할까지 가능한 장점이 있었습니다.



 3.  르네상스 시대 날렵한 검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어서 총기류를 포함한 화포가 발달하게 되면서 중세 시대의 묵중한 검은 보다 가볍고 날렵한 검으로 바뀌게 됩니다. 특히 서로간의 분쟁을 명예로운 결투로 해결하는 방식이 유럽에서 대중화되면서 이런 결투를 위한 칼. ‘래피어’라고 불리는 길고 뾰족한 칼이 등장하게 됩니다.


▼래피어의 어원은 프랑스어 에페 라피에르 있데요. 에페는 ‘검’ 라피에르는 ‘찌르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정말 찌르기를 위한 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결투는 꼭 서로를 죽이기 보다는 신체의 어딘가를 찔러서 피가나면 승부가 난걸로 간주했기 때문에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적합한 칼로 발전하게 됩니다.


▼더불어 기사들이 검술을 익히면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18세기에는 칼날을 없애고 날끝을 둥글게 한 칼이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검을 ‘플뢰레’라고 합니다.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는 펜싱 검의 기원이 이 플뢰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피어는 17세기 이후 고위 군인들과 귀족들에게 명예를 상징하는 악세사리로 인식되면서 점점 가볍고 디자인이 중시되는 칼로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칼보다는 총으로 이루어지는 결투가 대세를 이루게 되면서 이런 악세사리는 지팡이와 우산으로 대체되고 자연스럽게 유럽의 칼 문화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4.  일본도 카타나

▼킬 빌의 더 브라이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이퀄리브리엄의 프레스턴 까지.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이들이 사용하는 칼은 하나. 일격필살의 일본도 카타나입니다. 정교한 제련 기술과 강철 합금이 정착된 10세기 이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외날 곡도로 특히 무법의 전국시대 사무라이 간의 근접전이 부각되면서 극강의 베는 칼로 최적화된 일본의 전통 칼입니다.


▼카타나를 정의하는 특성은 세가지입니다. 부러지지 않고, 휘지도 않으며, 단칼에 잘 베어진다. 어찌보면 너무도 단순해 보이는 이런 특성은 카타나 특유의 정교한 제작 과정에서 비롯됩니다. 철강을 여러 차례 접어가면서 단련하는 접철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불순물을 최소화하고 칼의 모든 부위에 탄소 함유가 골고루 분배됩니다. 사실 이 방식은 중국에서 건너온 방식으로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같은 방식으로 칼을 만들었었습니다.


▼일본도의 가장 큰 차이는 일반적인 도검이 하나의 재료를 그대로 담금질해서 만드는데 비해서 카타나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연강을 안쪽 부위에 단단한 날이 되는 바깥 부위는 경강을 덧붙여서 서로 다른 두가지 특성의 강철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면서 바깥쪽 날의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 한가지는 카타나처럼 휘어진 곡도는 사무라이만 사용했고 닌자는 곧게 뻗은 직도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187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도 곡도를 사용하는 사무라이와 직도를 사용하는 닌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조선 군도

▼조선의 대표적인 군도는 칼집에 고리를 달고 이 고리에 끈을 달아 패용했다고 해서 고리 ‘환’자의 ‘환도’라고 불렸습니다. 15세기 이후 조선군은 활이나 총통같은 원거리 무기를 이용한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도검은 주력 무기라기 보다는 최후의 백병전을 위한 마지막 병기로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칼의 형태도 갑옷을 입은 적을 베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힘을 담아 찌를 수 있도록 직선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왜군의 장검에 대응하기 위해서 칼 길이가 90cm 정도까지 길어진 적도 있었지만 총통과 화포가 발달된 조선 말기에는 50cm 까지 짧아지면서 방어용 무기로 정착하게 됩니다.


▼아산에 있는 현충사에는 보물 제 326호로 지정된 충무공 이순신의 장점 두 자루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손잡이 부분이 긴 쌍수도 형태의 이 칼은 그 길이가 2미터에 달하고 무게가 3kg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칼은 충무공이 전시에 실제로 사용했다기보다는 장군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해서 상징적으로 만들어진 칼로 보입니다. 역사적으로 충무공 이순신이 실제 휴대하고 전시에 사용했다고 알려진 쌍룡검은 안타깝게도 지금은 소실되어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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