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경기 도중에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한 번의 슛으로 승패를 결정 짓는 승부차기야 말로 축구팬들이 가장 격렬하게 환호하고 긴장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승부차기는 90분의 정규 시간과 연장전 끝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1994년과 2006년 월드컵 챔피언을 승부차기를 통해 가린 전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승부차기를 공평한 승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골키퍼에 비해 키커가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골키퍼가 보다 유리하게 승부차기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당시에도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승부차기로 경기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그 순간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봐야 했는데요. 이 때의 경기처럼 대부분의 승부차기 골들은 골대를 가르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커가 실수를 하거나 골키퍼가 한 번이라도 슛을 제대로 막아내는 순간에 승부차기의 승패가 판가름이 나곤 합니다.
▼약 11m 떨어진 거리에서 키커가 슛을 차 골키퍼와 1:1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을 승부차기라고 합니다. 가장 강력한 키커는 약 시속 129키로미터로 공을 차 약 500밀리 초 안에 골대로 골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빠른 공을 사람의 눈으로 좇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즉, 실수만 하지 않으면 위 키커의 골은 골대를 가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1982년부터 1994년 사이에 개최된 월드컵에서 총 138번의 승부차기를 연구한 결과, 골키퍼들이 슛의 방향을 예측한 확률은 41%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슛을 막는 확률은 14.5%에 지나지 않았죠. 세계 최고라 손꼽히는 골키퍼들조차 이처럼 저조한 확률을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메시의 승부차기 실축)
▼골키퍼들에게 승부차기에서 보다 공정하게 싸울 기회를 주기 위해 1997년, 승부차기 규칙이 개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전 규칙에 따르면 골키퍼는 공이 움직일 때까지 골대 중앙에 정지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1997년 변화된 규칙 덕분에 골키퍼들은 승부차기를 준비하며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규칙이 개정되면서 골키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키커들은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키커들은 공을 차기 전에 잠시 동작을 멈췄다가 골키퍼가 움직임을 보이면 그 반대 반향으로 공을 차는 속임수를 선보였습니다.
▼국제 축구 연맹인 FIFA의 2010년 패널티킥 규칙에 따르면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이러한 동작을 하는 것은 허용되는 범위라고 합니다. 키커가 공을 차려 달려오다가 멈추는 동작은 규정 제 14조를 위반하는 것이므로 이 점만 주의하면 위의 속임수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골키퍼가 키커를 혼동시킬 수도 있죠. 실제로 2008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의 공격수 니콜라 아넬카가 승부차기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가 자신의 왼쪽을 가리키며 키커를 혼동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교묘한 심리전 트릭을 사용해 골키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셈인데요.
(호날두 승부차기 실축)
▼키커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면 승부차기를 실축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름난 키커들이 승부차기를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 심리적 압박감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골키퍼가 매우 산만한 움직임을 보여 키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키커에 비해 불리한 골키퍼의 승부차기 승률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1984년 유로피안 컵의 리버풀과 2005년 유로피안 컵 결승전의 리버풀 골키퍼의 사례를 보면 나름 유효성있는 전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가 18명의 대학생 축구선수를 상대로 자료를 수집한 결과, 골키퍼에 집중하고 있던 키커들은 공을 차기 전 40%의 시간을 소진한 반면 침착하게 공을 찰 준비를 한 키커들은 20%의 시간만을 소진했다고 합니다. 즉, 골키퍼에게 시선을 빼앗기면 그만큼 집중해서 공을 차기 어렵다는 것이죠. 곧 다가올 러시아 월드컵에서 키커와 골키퍼간의 치열한 심리전을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