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문방구에 들어가 몇 학년인지 말만 해도 문방구 아주머니가 필요한 물건을 바로 챙겨주었죠. 어릴 적에는 그게 참 신기했었는데요. 요즘에는 문방구의 역할을 이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물건을 제공해 구경하러 갔다가 하나 두 개씩 손에 쥐고 나오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천원 이천원을 받아 매출 2조를 달성한 기업이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다 있다는 이곳, 다이소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1. 유통공룡이 된 다이소
다이소는 생활 필수용품을 거품 없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균일가 업체로, 가격 단위는 500원 ,1000원 단위로 떨어집니다. 매장에는 3만 종이 넘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늘 새로운 제품이 들어오는 게 특징이죠. 무엇보다 해외 신상품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서 국내상품 비율이 2015년 70%로 600여 개의 국내 중소기업을 먹여살리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문구부터, 주방, 가전, 인테리어까지 온갖 물건을 다 파는 다이소는 "다이소에 가면 다이소(다 있소)"라는 말로 브랜드를 각인시켰는데요. 일본 다이소의 투자를 받아 시작한 2001년에는 100개, 2010년에는 500개로 매장을 5배로 늘린 다이소는 2017년 1190개의 매장을 열기에 이릅니다. 상권 중에서도 핵심 지역에 입점하는 다이소는 맥도날드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약속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2. 가성비의 유혹
다이소의 물건은 500원부터 비싸야 5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품질도 가격 대비 나쁘지 않죠. 가격에 부담이 없고 생활에 필요한 온갖 종류의 물건이 많기 때문에 1인 가구나 학생들이 구매하기 좋습니다. 매대가 너무 가득 차 있지도 않아 상품을 구경하기도 좋고, 그날 구매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필요할 때 '다이소에서 본거 같은데'라면서 다시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 결과 다이소는 방문하는 고객당 5.5개의 상품을 구매하며 고객당 단가는 6500원에 이릅니다. 편의점보다 30% 높은 수치죠.
3. 다이소의 정체성
다이소는 모두가 외면하던 저가숍 시장에 진입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500원, 1000원 물건을 팔아서 누가 2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을까요? 다이소는 이를 위해 3가지 정체성을 설정했는데요. "어디든지 다 있소", "원하는 가격에 다 있소" 그리고 "필요한 것은 다 있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접근성과 다양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까지 가져간 것이죠.
정의된 위의 3가지 정체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다이소는 제품을 출시할 때 1000원에 책정된 상품과 1000원 지폐를 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요. 만약 지폐를 선택하면 물건은 다시 만들어야 했던 것이죠. 즉, 싸게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사 중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협력사를 찾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찾은 다이소의 협력사가 전 세계 35개국 3600여 개로 매달 평균 600여 개의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협력사를 찾았다면 다이소는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주문했습니다. 특히 제품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죠. 1000원~3000원의 제품이 주력 상품인 다이소는 우선 싸구려로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중요했습니다. 디자인을 중요시한 다이소의 상품 개발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리필용 극세사 걸레'가 있는데요. 포장 비닐에 제품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구멍이 있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적용된 이후 기존 월 2만 개의 판매량이 월 5만 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디자인을 강조할만하네요.
직영점을 활용한 다점포 전략도 다이소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 제한을 받습니다. 그러나 직영점은 그런 제한이 없죠. 초기 직영점 비율이 90%에 달했던 만큼 다이소는 많은 지역에 직영점을 출점했고 서울을 중심으로 다이소는 어디든지 다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다이소는 접근성과 낮은 가격 덕분에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이 유출될 걱정도 덜을 수 있는 부차적인 효과도 봤다고 합니다.
4. 규제회피
이마트나 홈플러스는 의무 휴업, 영업시간, 출점에 제한이 있습니다. 혹시 다이소가 일주일 중 격주로 쉬는 날이 있던가요? 다이소는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달리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유통산업 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위의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주어지는 규제를 회피할 수 있었죠.
해외에도 다이소와 같은 저가의 생활용품 전문점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저렴한 상품을 소싱 하는데 그치고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발전하지는 않죠. 다이소는 그들과 달리 상품 개발부터, 포장, 디자인 그리고 진열까지 노력을 기울여 싸구려를 사러 왔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저가 상품에 대한 인식을 싸구려에서 가성비, 심지어 가심비까지 발전시킨 다이소는 매출 2조의 유통 공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