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지구를 바라봤을때 느끼는 솔직한 소감

끔찍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어진 길고 긴 냉전 속에서,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커다란 계획을 세운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우주에 사람을 보내자!”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해 우주 산업에 뛰어든 두 나라는 급속도로 우주 기술을 개발해나갔고, 1961년 4월 12일! 27세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전 세계 최초로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발사된 우주선은 단 몇 초 만에 하늘 높이 떠올랐고, 두 이념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싸우던 200여 개의 나라들은 경계선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작아졌다. 그렇게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우주를 여행하게 된다.

유리 가가린(1934.3.9 ~ 1968.3.27)

▼우주 상공 327km에 도달한 그는 처음으로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가 목격한 지구의 모습은 현재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이 영상 속 지구의 모습과 비슷했을 것이다.


▼우주선을 타고 인류 최초로 지구 밖으로 나온 가가린은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구는... 푸른빛이다.

얼마나 놀라운가.

경이롭다!”


▼한 시간 반이라는 짧은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한순간에 ‘소련의 영웅’으로 탄생한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힌다.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니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성공적인 우주 탐사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버린 미국은 세계 최초로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더욱 커다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8년 후인 1969년!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는 영광을 누린다.

“한 명의 인간에게 이것은 작은 발걸음이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


▼이 순간이 지금까지도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꼽히는 이유는 달과 지구 사이의 엄청난 거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공기가 좋은 밤이면 달의 거뭇거뭇한 표면까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고, 달과 지구를 묘사할 때 이런 이미지가 자주 사용되어 달이 지구와 가깝게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달과 지구의 현실적인 거리를 나타내자면 이런 모습이 된다.


▼38만 킬로미터, 지구의 지름이 1만2천7백 킬로미터이니, 지구의 지름을 30번 더한 것과 같다. (384400/12742=30.17) 30개의 지구가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이번에는 미국의 영웅이 된 암스트롱은 우주 항해를 마치고 이렇게 말한다.

“저 예쁘고 푸른 아주 조그마한 콩이”

“지구였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한쪽 눈을 감으면”

“지구는 완전히 엄지손가락에 가려졌죠”

“그런데 저는 거인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엄청나게 작은 존재로 느껴졌죠...”


▼과연 그렇다.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에서 본 지구는 하나의 푸른 콩처럼 작아 보인다... 그런데 아쉽게도 여기까지가!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떠나 온 거리다. 자. 그렇다면, 사람 없이 여행 중인 탐사선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탐사선은 어디에 있으며, 그곳에서 본 지구의 모습은 어떨까?


▼1977년 나사에서는 태양계를 탐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 2호를 발사한다. 태양계의 행성들이 최적의 위치에 놓이는, 175년에 한 번 돌아오는 시기에 맞추어 발사된 보이저호는 그네 타듯 행성들의 중력을 타고 아주 빠르게 우주를 여행한다. 현재 이들이 위치해 있는 곳은 지구에서 각각 138AU, 114AU 떨어져 있는 곳이다.


▼AU라는 거리 단위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와 태양 사이를 138배 한 거리에 있으며, 40년째 쉬지 않고 여행 중인 이 탐사선은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다.

▼이 탐사선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 전설의 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의 제작자이자, 자연과학을 대중화시키는데 일생을 바친 칼 세이건은, 1980년 나사 보이저 팀에 원래 계획에 없었던 제안을 한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카메라의 방향을 뒤로 돌려 지구를 찍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은 당시 굉장히 무모한 것이었다.


▼원래 계획에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무의미한 짓이었고, 카메라 렌즈를 지구 쪽 방향으로 돌리다가 태양이라도 바라보게 되면, 카메라 렌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사 전문가들은 이 제안을 거절한다. 그 당시 돈으로 9천억 원이 들어간 보이저 프로젝트에 모험은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 같았다. 하지만, 세이건과 나사의 몇몇 전문가들은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한 번 바라보는 것이 과학적 의미를 넘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로부터 9년이 더 지난 1989년, 해왕성 탐사까지 마치고 본래의 임무를 다한 보이저 1호는, 세이건의 제안에 호의적이었던 우주비행사, 리처드 트룰리가 나사 국장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드디어 카메라를 지구 방향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리처드 트룰리)


▼1990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일어난 일이다. 보이저호는 처음으로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촬영한다. 이 사진이 바로, 40AU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다. 저 파란색 점. 스마트폰 스크린에 묻은 먼지만큼 작아 보이는 이 작은 점이 우리 인류의 집, 지구다. 이 사진을 받아 본 칼 세이건은 사진의 제목을 “창백한 푸른 점”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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