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소믈리에 못지 않는 와인 덕후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혼술족이 늘면서 그만큼 와인도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와인 음용에 대한 잘못된 상식에 대해 알아보고 현명하고 올바르게 와인을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것들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유명 마스터 소믈리에인 '로난 세이번' (Ronan Sayburn)이 말하는 와인을 둘러싼 잘못된 상식과 오해 9가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와인잔의 볼을 잡으면 와인의 온도가 올라간다?
와인잔의 볼을 잡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와인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편하게 잡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와인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또는 칠레 같은 곳에서는 잔을 각자의 취향대로 편하게 잡고 마십니다.
2. 와인을 마시기 전에 코르크를 미리 개봉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코르크를 미리 따서 열어 둔다고 했을 때 공기와 접촉하는 부분은 표면적으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한 30분 또는 한시간 가량 짧은 시간 동안은 눈에 띄는 화학적 반응을 찾아보기 힘들죠. 다만, 헤드 스페이스에 나쁜 향이 있을 때 이를 없앨 수는 있습니다. 즉, 질이 좋지 않은 와인은 미리 코르크를 열어두면 나쁜 냄새가 사라지면서 맛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3. 와인병 바닥이 움푹 파일수록 좋은 와인이다?
와인병 바닥의 움푹 파인 부분은 'Pusgup' 또는 'Punt' 등으로 불리웁니다. 어떤이는 병 바닥에 와인 찌꺼기를 모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이 오히려 더 흐트러져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와인은 사람이 만들지 병모양이 와인의 질과 맛을 좌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와인병을 세웠을 때 안정감 있고 강한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구조되어 있죠.
4.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 마셔야 한다?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실제로, 어떤 와인도 얼음처럼 차가운 상태로 제공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음식은 온도가 맞아야 맛을 더합니다. 와인도 마찬가지죠. 더 차가운 와인 일수록, 분자들은 더 억제되고 강화 되지만 따뜻할수록 향이 더 좋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화이트와인이 그 맛을 적절히 내는 온도는 약 4도입니다.
5. 레드와인은 실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이 잘못된 상식은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내 온도에서 레드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노화 과정을 가속화시키고 불쾌한 맛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냉장고 또는 와인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도가 음료의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 맛을 지닌 와인에 있어 적정온도를 지키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레드와인은 끔찍한 두통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한다면 여러분은 다른 알코올과 레드와인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나 의심해봐야 합니다. 레드와인 역시 다른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탈수를 일으키는데,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을 경우 이는 두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적당히 마시고 물을 많이 섭취해주는 것이 숙취를 줄이는 방법이죠. 레드와인의 특정 성분 문제가 아닌 마시는 사람의 자세가 숙취에 더 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7. 화이트와인은 스테이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음식과 함께 와인을 먹는 까닭은 특정 음식과 와인의 맛이 일치하거나 무게와 질감의 대비를 위함인데요. 이 때문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레드와인은 스테이크, 화이트와인은 해산물 요리와 함께 마신다는 규칙이 생겨났습니다. 이는 레드와인의 '탄닌'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와인과 미끄러운 쇠고기 맛이 반대하기 때문에, 지방과 떫은 감각 사이의 대립을 이뤄내는 조합에 이론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내가 정말 먹고 마시고 싶은 것에 초점을 주는 경향이 많습니다. 맛있는 스테이크와 함께 백포도주를 얼마든지 마실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 로난 세이번은 'Cheninblanc'이나 다른 달달한 화이트와인을 스테이크와 짝을 지어줄 것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8. 샴페인은 사자마자 먹어야 제맛?
샴페인은 사자마자 마시는 것이 제일 맛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중적인 신념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샴페인을 잘만 보관한다면 또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봉하지 않은 샴페인을 약 4도로 유지한다면 3~4년 후에도 풍미를 더한 샴페인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9. 화이트와인으로 레드와인 얼룩을 지울 수 있다?
항간에 화이트와인으로 레드와인 얼룩을 지울 수 있다는 '라이프핵'이 인터넷상 떠돌아다니고 있죠. 하지만 이 '설'은 전혀 근거 없는 상식입니다. 화이트와인은 희석 될 것이고 레드와인 얼룩을 더욱 얼룩지게 만듭니다. 레드와인의 얼룩은 식초 또는 베이킹소다와 클리너를 사용해 제거하고 소중한 화이트와인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