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극도로 싫어하는 진짜 이유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의료사고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요.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의 '연도별 의료기관 종별 오진 의료사고 분쟁 현황 표'를 보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로 민사 1심에 접수된 소송 건수는 2014년 960건을 이후로 해마다 900~1000건 사이의 의료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하죠. 의료사고는 위암 4기를 단순 위염으로, 대장암 말기를 단순 치질로 오진하는 등 유형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출처 : BGR India

이런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소송을 걸어보지만 대부분 증거가 없어서 패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를 계속 반대하고 있죠. 오늘은 의사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의사들의 집중력 저하

수술이란 치료를 목적으로 피부를 절개해 의학적 처리를 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수술결과는 의사의 집중력과 실력에 의해 좌우되는데요. 특히 수술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더욱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죠. 의사협회 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고, 그중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이유로 들었는데요. 이처럼 의사협회는 CCTV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수술 집중도 저하를 꼽습니다. CCTV가 수술실에 설치되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면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적극적인 치료를 방해해 수술시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죠.  


하지만 여러 누리꾼들과 한국 환자단체 연합회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는데요. CCTV로 의사의 수술 집중도가 저하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실력 문제라고 말이죠. 또한 직장인, 판검사 등 다른 분야에서는 카메라가 있어도 별문제가 없는데 유독 의사만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 신뢰 관계가 무너진다

출처 : JTBC Youtube

CCTV를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신뢰의 문제가 있는데요. 강중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제껏 국민 건강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다수의 의사에게 감시 카메라를 들이밀며 환자들의 불신을 조장하고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사를 믿지 못해 CCTV 촬영하는 환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말이죠. 또 다른 의사는 '사람들이 의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 같다'라면서 CCTV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는데요.


출처 : JTBC Youtube

이재명 경기지사는 오히려 CCTV 설치가 떨어진 의사들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최근 수술실에서 환자를 성추행 혹은 성희롱을 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대리 수술 시킨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사들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그래서 경기도는 2018년 9월부터 수술실 CCTV를 시행하기로 하는데요. 영상 녹화만 가능한 이 CCTV는 환자의 인권침해 문제 때문에 동의가 있어야지만 촬영할 수 있습니다. CCTV 촬영에 동의하고 수술받은 한 환자는 '불안감이 상당히 해소되고 의사선생님도 CCTV가 있어서 그런지 열심히 해주신 것 같다.' 라고 말했는데요. 환자의 보호자는 'CCTV 때문에 오히려 의사선생님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환자와 보호자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었죠.


그렇다면 의료진 측은 어떨까요? 이경준 경기도 안성병원 비뇨기과 과장은 '나중에 수술 장면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고, 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술을 녹화하는 것이 의사에게 있어 사생활 침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수술실 CCTV는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3. 인권 침해 및 정보 유출 가능성

CCTV 설치 문제에서 항상 따라오는 인권 침해 논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CCTV 설치로 인해 개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가 수집되는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인격 및 사생활 침해를 당한다는 것인데요. 


출처 : 하나방송 Youtube

CCTV가 병원보다 먼저 설치된 유치원과 학교도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원인을 파악하는 정도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학부모가 교사를 감시하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그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교사들이 '좋아했던 아이들이 싫어진다'라고 말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예를 들어 의사협회에서는 CCTV로 수술실을 감시하면 의사에게 부담이 쌓이게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결국 인권 침해와 의사의 집중력 문제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환자의 은밀한 부분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의사는 물론이고 환자 또한 인권 침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덧붙였죠.

출처 : sky ICT Youtube

그리고 개인 정보 유출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데요. CCTV가 없을 때에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를 소수의 의료진만 치료 목적에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CCTV가 설치될 경우 이러한 환자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지는데요. 영상이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여러 외부인을 거치기 때문이죠. 일단 한번 유출되면 개인이 막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유포된 동영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에 의뢰해야 하는데요.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완벽하게 지우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있게 되죠. 만약 유출된 동영상이 성형 수술, 낙태 수술 등일 경우에는 환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유족들은 의료사고를 입증할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대부분 승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 단체 연합회는 의사의 신뢰도 확보와 의료사고 방지 차원에서 CCTV 설치를 주장하는 것인데요. 반면에 의사협회는 여러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설치를 반대하죠. 이렇게 서로 대립만 하고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서 수술실에서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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