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안주한 채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유선 전화와 공중전화에 만족했더라면 현대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일처리가 가능한 지금의 스마트폰은 태어나지 않았겠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시도가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나아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엔 모두들 동의하실 텐데요.
그렇다고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끝나는 것도,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이런 시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싶은 황당한 결과물도 태어나게 마련이죠. 오늘은 도전정신은 훌륭했으나 그 맛은 끔찍함에 가까웠던 음료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섞지 말지 그랬어, 탁시 콜라
네이버 블로그 여니워니마미
묘하게 코카 콜라와도 비슷하고 펩시 콜라와도 비슷한 디자인의 탁시 콜라는 한국 야쿠르트가 1998년 5월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제품인데요. 그 맛이 기존의 콜라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한국적인 느낌을 더하기 위해 콜라에 계피 향을 첨가했고, 마치 콜라와 수정과를 혼합한 듯한 맛이 탄생했죠. 아쉽게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콜라는 콜라대로, 수정과는 수정과 대로 마시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탁시 콜라는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탄산인데 느끼해, 써니텐 치즈 아이스크림 맛
피자나 햄버거, 크림소스 파스타 등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탄산음료를 찾습니다. 톡 쏘는 맛과 개운한 향이 왠지 닝닝한 느낌을 없애주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같은 탄산음료라도 '써니텐 치즈 아이스크림 맛'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08년 출시된, 이름부터 충격적인 이 음료는 실험 정신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죠.
온라인에는 '밀키스에 버터 넣은 맛'이라거나 '치즈 향 나는 밀키스'라는 시음 후기가 가장 많았는데요. 혹자는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 먹지 말라는 해태의 배려'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치즈 맛 아이스크림도 호불호가 갈리는 판에 굳이 치즈 아이스크림 맛으로 음료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만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네요.
최악의 조합 커피+탄산
오늘의 커피 / 웰니스
술을 제외하고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있다면 그건 아마 커피와 탄산음료일 겁니다. 두 음료 모두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약간의 중독성이 있어 끊기 힘들죠. 이 두 가지를 섞으면 세계 최강의 음료가 탄생할 것만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제조사에서 커피+탄산 조합의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좋지 않았죠.
2017년 5월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칸타타 스파클링', 같은 해 8월에 이롬에서 출시한 '커피에 스파클링'은 물론, 부드러운 청량감으로 사랑받은 부라더 소다의 자매품 '소다리카노'역시 알코올까지 가세해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칸타타 스파클링은 커피의 신맛과 탄산의 쏘는 맛이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만든 지 한참 되어 얼음이 다 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탄산을 추가해 먹는 느낌이었다는 악평이 많았죠. 커피에 스파클링은 맥콜에 커피 탄 맛과 유사하며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제품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소다리카노를 제외한 두 제품은 제조사 웹사이트의 제품 소개란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만나서 시너지를 내는 조합도 있지만 따로따로 존재할 때 빛을 발하는 것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준다면 좋겠네요.
스타벅스의 실패작, 체리블라썸
네이버 블로그 당케의 세상의 모든 것
스타벅스는 크리스마스 시즌, 봄 시즌에 맞추어 한정 음료들을 내놓습니다. 겨울에는 토피넛 크런치 라떼, 홀리 피치 애플 사이더 등 따듯한 느낌의 음료를, 봄에는 딸기를 활용한 예쁜 색의 상큼한 음료를 주로 선보이는데요. 이 한정판 음료들을 모두 섭렵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벅스 팬들도 많습니다.
Instagram @fluffyroseclouds / @_swtdrmz
하지만 모든 한정 음료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2014년부터 등장한 벚꽃시즌 한정 음료 '체리 블라썸 라떼'는 극심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죠. 옅은 핑크빛과 커피색이 오묘하게 섞인 음료의 색, 휘핑크림 위에 예쁘게 올라간 분홍·연두의 플레이크 등 외양으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이기도 힘들어 보이는데요. 꽃 향 때문에 마치 비누나 향수를 마시는 것 같고, 맛 자체는 또 의외로 밍밍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의외의 악평에 놀란 스타벅스 코리아는 꽃 향을 줄이는 대신 작년에는 체리 향을, 올해는 딸기향을 첨가해 거부감을 줄였는데요. 올해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58%가량 늘었다니, 개선을 위한 노력이 꽤 효과를 발휘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