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서 월북했다가 40년만에 고향땅을 밟은 미군 하사의 파란만장한 삶

주한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 온 60여년 역사상 총 6번의 미군 탈영-월북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중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사건은 4건이죠. 이 탈영병들 중 가장 유명하고 실제로 북한을 빠져나와 미국 땅을 다시 밟은 이는 단 한명 밖에 없는데, 바로 미 육군 소속 찰스 로버트 젠킨스 하사입니다. 만취 상태로 북한에 넘어갔다가 김일성에게 영어도 가르쳐주고 일본 여성을 만나 결혼해 가족을 꾸려 다시 40년만에 고향땅을 밟아 감옥살이까지 겪은 미군 하사의 파란만장한 삶, 지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리치스퀘어 출신의 젠킨스는 1955년, 15살의 어린 나이로 미국 주방위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1958년에 육군으로 옮겨 미군 제1기병단 소속이 되었죠.


▼그는 한국에서 1960년부터 1961년까지 근무하다가 유럽으로 자리를 옮긴 후 다시 1964년에 서울로 파병되었습니다. 아래는 1960년대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이죠.


▼사건의 발단은 1965년 1월 5일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24살의 젠킨스 하사는 분대장으로서 군사분계선 야간 순찰을 돌게 되어 있었는데, 같이 근무하던 4명의 분대원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월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순찰 전, 10개 정도의 맥주캔을 마셨다는 사실을 시인하게 되었고 만취상태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술에 취해 있었다는 증언을 했죠.


▼당시 젠킨스는 북한으로 망명한 4번째 미군으로 북한 정부로부터 대환영을 받았고 탈영 3주 뒤 대대적으로 북한 당국의 대외홍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래는 미군과 국군 정보부대가 주고받은 젠킨스 탈영 자료입니다.


▼당시 젠킨스 하사는 자신이 소속된 부대가 월남전으로 보내질 것을 두려워해 맥주를 마시고 술에 취해 탈영을 결심했는데, 사실 북한이 자신을 러시아로 보내어 포로 교환으로 미국에 다시 보내질 것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무산되고 1965년부터 2004년까지 40년간 북한에 머물게 되었죠.


▼북한 정부는 약 7년간 젠킨스에게 하루에 8~10시간 가량 한국말을 시키고 북한사상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의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북한 스파이 요원들에게도 영어 교육을 시켰습니다.


▼또한, 북한 대외홍보용 영화에 출연해서 미국인 악역을 맡기도 했죠. 아래는 그가 25살 때 출연한 한 북한 영화 장면입니다.

▼1980년, 월북한지 15년째 되던 해에 김일성의 명령으로 일본에서 납치되어 온 21살의 일본 간호원 소가 히토미와 젠킨스 하사는 결혼하게 됩니다. 미리 지정된 결혼이었지만, 실제 이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단 38일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죠.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는 1983년 출생 로베르타와 85년생 브린다라는 두 딸이 태어나게 됩니다.


▼2004년, 김일성의 일본인 납치사건들로 악화되었던 관계를 풀기 위해 일본 정부와 화해를 원하던 김정일 정부는 젠킨스 가족을 풀어주어 일본으로 가는데 허가를 줍니다. 2004년 10월, 일본에 도착한 젠킨스 하사는 미군 사령부에 자진 출두하고 곧바로 일본 주둔 미군의 군사재판에 회부되죠. 


▼사실, 미 대통령이던 조지 워커 부시는 '미군 역사상 최장 기간 탈영병'이던 젠킨스에게 중형을 선고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소된 당시 곧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오바마는 젠킨스에게 30일 금고형과 현역 부적합 전역으로 탈영-월북행위를 일단락지었습니다.


▼2005년 6월 14일, 그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딱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 돌아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살고 있는 91세의 어머니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후 2008년 11월, 젠킨스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모두 일본 영주권을 취득해 아내의 고향인 사도섬에 거주하게 되었죠. 현재 그는 일본 시민권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일본 사도섬에서 현재 한 작은 박물관의 기념품샵에 일하고 있는 젠킨스는 최근 일본어로 자신의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올해 74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삶을 뒤로 한 채 소박하고 평범한 제2의 삶을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40년간 자유없이 힘들게 살았던 북한삶에 비해 지금은 가족과 몹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하죠.


▼월북한 미군 탈영병들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찰스 로버트 젠킨스 하사는 지금까지도 미국 언론으로 부터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는 아직도 3명의 미군 탈영병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신상은 아무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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