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4시부터 진짜 일합니다” 은행원들이 말못하는 속사정

다들 4시면 퇴근하는 줄 알죠, 

은행 셔터뒤에선 어떤일이 벌어질까

올초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은행권 파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은행원들도 근로자이므로 파업의 권리가 당연히 있다는 주장,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면서도 고객을 볼모로 잡는 것이 불쾌하다는 주장이 서로 엇갈렸죠. 


시사저널e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은행원들의 파업 자체가 '타격감 제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입·출금, 송금 업무는 어느정도 ATM과 인터넷 뱅킹으로 가능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상반기에는 거래 건수 기준으로 국민 은행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6%에 달했다고 하니,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은행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많은 부분 자동화된 고객 대면 업무 외에 은행원이 하는 일은 과연 없는 걸까요?


TheStreet, 앱스토리 매거진


4시에 문 닫으면 어떡하라고


인사이트

물론 고객 대면 업무에 입·출금과 계좌이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까지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여럿 있죠. 비밀번호를 여러번 잘못 입력해 더이상 로그인 할 수 없을 때, 인증서도 만료되고 비밀번호도 잊었는데 전화번호도 바뀌어서 나를 인증할 수단이 아무 것도 없을 때, OTP 생성기의 배터리가 다 닳았거나 보안카드를 분실했을 때는 꼼짝없이 은행을 찾아가야합니다. 한도나 조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대출 상담을 받거나 법인 사업자 계좌를 열 때도 방문 업무만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은행이 너무 빨리 문을 닫는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2009년부터 은행 업무 마감이 4시 30분에서 4시로 앞당겨지면서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고조되었죠. 보통 직장인들의 근무시간이 9~6시, 혹은 10~7시이다보니 은행에 방문하려면 점심 시간을 이용하거나 반차, 반반차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방문이 용이한 시간에는 사람이 붐벼 제시간에 일을 다 보기 힘들죠. 


뉴스토마토

고객의 편의를 위해 은행의 업무시간을 연장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연봉도 높은 은행원들이 4시에 은행문 닫고 집에 간다는 게 말이 되냐"며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죠. 


문 닫은 뒤 시작되는 업무


한국일보

하지만 은행원들이 4시에 퇴근한다는 건 크나큰 오해입니다. 은행의 셔터가 내려간 뒤 다시 시작되는, 말하자면 업무 2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마지막 고객의 일까지 처리한 뒤 그날의 장표정리, 시재정리를 모두 마치고 외화마감까지 하면 6시가 훌쩍 넘어있다고 합니다. 그때 쯤 간단히 저녁을 먹거나 간식을 챙겨먹은 뒤 대출 서류를 검토·정리하다보면 밤 10시를 넘기는 일도 다반사라네요. 


한국금융신문, 드라마 태양의후예

그렇다고 출근이 여유롭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은행은 9시에 문을 열지만 은행원은 7시~7시 30분쯤 도착해 그날의 고객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해야하니까요. 각종 장표를 출력하고 밀린 결재서류도 정리해야 하죠. 영업시간 도중에도 해야할 서류 업무들이 많은데, 객장은 고객들로 가득하고 자꾸 눈치가 보이다보니 창구 번호표 손님들을 데려와 일을 처리해 주는 일도 빈번하다네요.


줄어드는 은행원, 줄지 않는 업무 강도


파업으로 논란이 된 KB국민은행에서는 지난해에만 10명의 구성원이 사망했다는데요. 금융노조에 따르면 상사와의 갈등·업무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존재합니다. 은행장 표창을 1년에 세 번이나 받을 정도로 성실한 동료였던지라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는데요. 


뉴스웨이, 미디어 오늘

고객 대면 업무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직 은행원들의 업무 강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금융노조 KB국민지부의 박홍배 지부장은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원의 노동강도가 오히려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마트폰 뱅킹이 가능해지자 실제 창구에 오는 고객 수는 줄었지만, 한 지점당 직원 수도 함께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2016년에는 2만명 이상이었던 직원 수가 2017년 초 1만 7천 명 수준으로 감소했죠. 박 지부장 역시 '방문 고객이 줄어도 셔터가 내려간 뒤 해야하는 마감 업무는 그대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탄력점포의 진화

소비자경제, 아시아 경제

은행원도 고객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계속되자, 직원의 업무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은 '탄력 점포'를 도입합니다. 탄력 점포란 일반적인 영업시간 외에 평일 저녁에나 주말에도 운영하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죠. 


서울투데이, 이투데이

관공서 소재 점포,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 외국인 근로자 특화 점포, 환전센터,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 점포 등 각 지역의 특성과 인구  유동성에 따라 영업점의 업무시간, 업무 내용을 달리하는 이 탄력 점포는 매년 그 개수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은행연합회의 집계에 따르면 2016년 1월의 538곳에서, 지난해 9월에는 720곳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상가와 오피스 인근 탄력 점포가 많이 늘었습니다. 작년 9월 대비 무려 39개 점포나 증가했다니, 그동안 은행 업무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던 직장인들이 보다 편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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