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패션아이템이 된 고대 로마군단도 사용한 군번줄(인식표)의 진실 톱10

젊을 때는 멋낸다고 목걸이로 차고 다니다가 군 입대해서는 여자친구에게 꼭 하나를 떼어서 주고, 전역해서는 도대체 어디에 놔뒀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군번줄...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를 만기전역했다면 다들 약간씩은 공감이 갈 수도 있습니다. 2001년에 개봉된 헐리우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보면 스나이퍼들이 저격 후 쓰러뜨린 적군의 인식표를 챙기러 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들에게는 마치 기록을 위한 전리품이었을까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착용했던 군번줄은 사실 매우 깊은 역사와 유래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있습니다. 다음은 어쩌다 패션 아이템이 되어버린 고대 로마 군단도 사용했던 군번줄(인식표)의 진실 10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고대 로마 군단도 사용한 인식표

기원전 23년, 고대 로마 군단 소속의 모든 병사들은 'signácŭlum' (라틴어로 '표')이라는 인식표를 사용했습니다. 이 인식표는 병사의 이름과 부대 소속 등 매우 기본적인 정보만 기재되어 있었죠. 납으로 만들어진 이 표는 가죽 줄이 묶여져 있어 목에 목걸이로 쉽게 맬 수 있었습니다.


2.  공식적으로 데뷔전을 치룬 미국 남북전쟁

2000년 전에 고대 로마가 시작해서 1800년대 초 중국군도 인식표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한 작은 부대가 아닌 군 전체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미국 남북전쟁이었죠. 전장에서 각 병사들이 사망이나 부상을 대비해 식별용으로 자기 이름과 주소를 종이 뱃지로 만들어 개인장비, 허리벨트 버클 또는 자켓이나 모자에 핀으로 꼽았습니다. 어떤 병사들은 실과 바늘로 이 종이 인식표를 직접 가방이나 옷에 꿰매기도 했죠. 


3.  대중화 된 이유는 역시 '돈'의 힘

미국 사업가 한명은 남북전쟁 당시 이 인식표가 유행이 되자 공장을 차려서 부대식별용 뱃지를 찍어내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광고와 함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는 단순 이름과 주소(고향) 외에도 자신의 위치를 드러낼 수 있는 군 직급과 소속부대 이름도 포함되기 시작했죠. 남북전쟁 이후 미국-스페인 전쟁 때는 병사들이 알아서 인식표들을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해서 시장이 점점 커지게 되었습니다. 


4.  하나에서 두개로

1차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16년, 미군과 영국군은 모든 사병들에게 인식표를 두 개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병사가 전장에서 사망했을 시에 인식표 하나는 추후 신분확인을 위해 몸에 남겨두고 나머지 한개는 거둬들이게 되었죠. 현재 우리나라 국군을 포함해 대부분의 군 인식표는 이렇게 두 개씩 제공되고 있습니다.  

5.  치아에 인식표를 박는다는 것은 큰 오해

군 인식표에 대해 흔하면서도 잘못된 속설 중 하나가 바로 "인식표 한쪽에 나 있는 흠은 죽은 병사의 치아 사이로 인식표 하나를 빠지니 않도록 박아 넣기 위한 것"이죠.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군에서부터 전해내려온 속설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이 '흠'은 단지 의료정보를 기입하는 카본페이퍼에 인식표를 물릴 때 고정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이죠. 그리고 전사자 신분확인은 치열대조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치아를 훼손해버리면 의무병들이 좋아할 리가 없죠. 우리나라 국방부에 따르면 "전사자의 시신에 흠집이 가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인식표는 잘 떨어지지 않게 몸에 잘 묶어두면 된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6.  군번줄 대신에 메모지를 담은 병을 사용한 소련

2차세계대전 당시, 소련은 따로 인식표 없이 모든 병사들에게 아래 보이는 작은 금속 병과 각종 정보를 기입할 수 있는 두루마리 종이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냉전에 돌입해서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알루미늄 인식표를 나눠주게 되었죠.


7.  하나가 반으로 쪼개지는 군번줄

현재 이스라엘 군을 중심으로 캐나다, 덴마크, 영국 그리고 독일군은 아래와 같이 인식표 하나를 반으로 쪼게는 식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개를 달고 다닐 필요 없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게 되면 그 자리에서 반으로 쪼개어 하나만 챙겨도 되는 편리함이 있겠군요.


8.  군 외에 사용되는 경우

군번줄은 언제부터인가 패션 악세사리가 되어 한 때 유행을 타기도 했죠. 간혹 어떤 업체들은 마케팅 수법으로 귀엽거나 획기적인 방법으로 제작합니다. 하지만 군 외에 인식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바로 의료업계입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환자들이 기본정보는 물론 혈액형, 알레르기 종류, 위급 연락처, 치료제 또는 먹어야 되는 약 종류 등을 담은 인식표를 이용하죠.  


9.  다양한 재질

인식표는 최초로 납으로 제작되었다가 가장 내식성이 강한 알루미늄 또는 스테인리스스틸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금속에 알레르기가 있는 병사들은 고무를 감싸서 달고 다니죠.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서 그 나라 금속이 모두 무기와 탄약 제작에 투입된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인식표가 다른 재질로 제작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보이는 점토 또는 코르크로 만들어진 인식표는 남아공이 세계2차대전 당시 나라에 금속이 남아나지를 않아서 임시 방편으로 이렇게 사용했다고 하죠. 또한, 최근 미군에서는 '미트 태그'라고 해서 몸통 갈비뼈 부분에 문신으로 인식표를 새겨 넣는 군인들이 늘어나느 추세라고 합니다.


10.  정확한 명칭

영어로는 보통 '신원 표' (identification tag) 또는 속된 말로 '도그 태그' (dog tag)라고 하죠. 우리나라 국군은 1951년 도입 직후부터 공식적으로 '인식표'라고 불렀으나, 1981년 4월 1일부터 '군번표'라고 변경했다가 1991년 1월 1일부터 다시 '인식표'로 개칭하여 지금까지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내 사용되고 있는 또는 일반인들이 검색하기로는 '군번줄'이 가장 대중화 된 명칭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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